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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

BTS 중독

by 서 련 2019.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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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10일

알람이 울릴 시간.

평소 같으면 침대에 누워 휴대폰 게임을 하고 있었을 텐데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누워서 즐기는 캔디크러쉬사가.

뭐하는 짓인가 하면서도 손가락은 자꾸 휴대폰 액정을 긋고 있다.

그 시간에 차라리 잠이라도 잘 걸 하면서도 끊을 수 없는 무한 반복의 손놀림.

꼭 그렇게 무의미한 곳에서만 중독현상이 나타나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마뜩지 않아. 그렇지만 헤어날 수 없다.

며칠째 같은 레벨에 머물러 있다.

이름하여 '악몽처럼 어려운 레벨'

돈을 쓰면 악몽처럼 어려운 레벨도 단번에 깰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곳에 내 소중한 머니를 허비하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런 걸로 미루어보아 이 게임 중독은 그리 심각한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심각한 건 따로 있었다.

 

바로 BTS pop!!

몇 달 전에 입덕 해 이젠 거의 중독에 이르렀다.

휴대폰 MP3 보관함이 온통 BTS 노래들로 채워져 있다.

난 태어나서 지금껏 누구의 팬이 되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 어릴 적에도누군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물어오면 내 대답은 늘"글쎄"였다.

가수보다는 노래가 좋으니 노래를 들었고 영화배우보다는 영화가 좋으니 영화를 봤다.

사람에 대해서는 늘 냉소적이었던 나.

 

2016년 연예뉴스를 얼핏 보다가 방탄소년단이 소설 데미안을 테마로 뮤비를 찍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아! 데미안... 나의 헤르만 헤세... 그 시절... 좋은 시절이었지...... '

잠시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세월이 조금 지난 2018년 우연히... 정말 우연히 '피땀 눈물' 뮤직비디오를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타락한 천사 석고상과 입맞춤을 하는 석진(그가 석진이란 건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을 보면서

2년 전 얼핏 보았던 연예뉴스를 떠올렸다.

그렇게 시작된 BTS 덕질.

방탄소년단이란 그룹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건 순전히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때문이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한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소설 데미안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구절이다.

언젠가 가구 회사에 다닐 때 이 구절을 인용해 광고 문구를 만들었던 생각도 난다.

 

헤르만 헤세... 솔직히 난 그 시절에 헤르만 헤세의 소설을 자주 읽었다.

헤세의 소설의 입문은 '수레바퀴 밑에서' 로 시작되었다.

너무 아픈 소설로 기억된다.

주인공 한스가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때

꼭 나를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너무 아파 몇 날을 숨죽여 울어야만 했었다.

 

소설 '지와 사랑'은 몇 해 전에 '골드문트와 나르치스'라는 제목으로 다시 출간된 적도 있었지 싶다.

하여간 번뇌로 점철된 내 인생을 나르치스 같은 수도승의 초연한 자세로 대처하려고

아이디도 narziss로 하려고 했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던지 narziss 뒤에 gun을 붙여야만 했다.

(권총을 좋아해서 붙인 건 아니고 내 성이 "권"이라서 그냥 건을 붙인거다.)

 

그렇게 BTS는

20년도 훌쩍 넘은 그 때.. ..의 감성을 그날의 기억을 툭툭... ... 자꾸만 툭툭 건드렸다.

시쳇말로 "녀석들이 훅~ 치고 들어" 왔던 것이다.

 

 

2019년 4월 12일에 발표된 방탄소년단의 soul of the map 페르소나도 역시 융의 영혼의 지도를 모티브로 삼았다 한다.

헤르만 헤세를 사랑하는 나로서는 그와 관련되는 모든 것들에게 촉수를 뻗을 수밖에 없다.

문학돌 BTS.. ... 이런식으로 가면 나는 영원히 그들을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세기말적 감수성을 겸비한 옛날 사람인 나로써는 페르소나(사회적 가면)라는 단어가 여전히 부정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머지않아 곧 긍정의 단어로 받아 들여질 것이다.

전환하는 패러다임 속에서는 영원한 긍정도 영원한 부정도 존재할 수 없다는 걸 믿기 때문이다.

 

어느덧 방탄소년단도 더 이상 소년이 아닌 청년이 되었다.

 

김석진, 민윤기, 정호석, 김남준, 박지민, 김태형, 전정국.

세월을 더해갈수록 이 일곱명의 사랑스런 청년들에게도 더 깊고 더 다양한 페르소나가 생길 것이다.

인생이란 거대한 롤러코스터를 타고 "나"를  찾아가는 여행.

(곧 방랑이 되겠지만... ...)

부디 잘 헤매이길 바래.

이제부터 방랑의 시작이라는 걸 'ㄱ'(남준이 달방에서 썼던 시를 인용)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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