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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

집사의 꽃-나는야 잠꾸러기 고양이

by 서 련 2020.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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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뭉치 또 자니?"
요즘 집사는 나만 보면 이런 말을 한다.

아니, 나는 그저 눈을 감고 누워있었을 뿐인데...
집사가 오늘은 작정을 했는지 휴대폰을 들이대며 귀찮게 한다.

아... 귀찮다... 너무 귀찮다!

집사는 사진을 좀 찍자고 안달복달을 했다.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그까짓 사진 한 장 못 찍어 줄까 싶어 집사를 따라나섰다.
꺼칠한 털을 매만져 보지도 못하고 말이다.

"옥수수~ 여기를 좀 보세요~"

내가 뭐 돌쟁이 아기도 아니고 참...
성가시다. 너무 성가셔...

"아니~~ 눈을 좀 크게 뜨고 눈인사를 좀 보내야지~"

눈인사는 또 어떻게 알아가지구 사람을, 아니 고양이를 귀찮게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 옛다 하는 심정으로 대충 장단을 맞춰 주고 나는 다시 잠자리로 돌아왔다.

집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에 들어오면 침대에 드러누워 꼼짝도 안 했다. 그러더니 요즘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자꾸 잠자는 나를 못살게 군다.
축 늘어져 시체같이 누워만 있는 것보다는 훨~ 낫다 싶지만 놀아주려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집사랑 놀아주는 게 이렇게도 힘든 일이었을까?
오랜만에 놀아줬더니 힘들다. 나이 들면 한 해 한 해가 다르다고 요즘 부쩍 체력이 딸리는 걸 느낀다.

 

집사의 꽃으로 산다는 건 참... 어렵고도 힘든 일인 것 같다.
오늘은 참 고단한 하루였다.
내일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집사랑 놀아주려면 또 일찍 자야겠다.

그나저나 내일은 뭐하고 놀아 주나?

일단 잠부터 자고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세상 모든 냥이들에게 굿밤을 보내며 이만 일기를 마친다.

                                                                                  - 옥수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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