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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에세이

오늘은 깍두기 담는 날

by 서 련 2020.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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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카다브라! 맛있게 익어라!
못 생긴 무가 하나에 990원.그리 싱싱해 보이진 않았지만 4개를 샀다.
잘 씻고 깎아서 깍뚝썰기를 해야하는데 체력 고갈.
남편 찬스를 이용해 깍뚝썰기를 완료 했다. 다 썰었다면 소금에 절이지 않고 그냥 만들어 보자.
고추가루 3주걱을 넣고 잘 버무려 무에 고춧물을 들여준다.
30분정도 그대로 방치.
간마늘 한 국자,간생강 한숟갈, 새우젓 한 국자,까나리액젓 두 국자,매실액 두 국자, 대파 두 대 썰어넣고 버무린다.

양파도 두 개나 깍뚝 썰어 넣었다.
양파가 너무 비싸서 넣고 싶지 않아 살짝 옆으로 밀어 놨는데 남편의 집요한 감시망을 벗어나지 못하고 딱 걸리고 말았다.

"양파를 왜 안 너? 이 걸 넣어야 맛있지! 이야~ 이거봐~ 내가 안 봤으면 그냥 넘어 갈려고 그랬지?"

'에히 말이나 못하면 얄밉지나 않지...'

남편은 깍두기 좀 썰어줬다고 참견은 또 어지간히 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자주 가는 식당에 깍두기가 그렇게 맛있다는데 그런 건 대체 어떻게 만드는 지 나한테 물었다.
남편은 늘 그런식이다.

그럴때면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먹어 봤어야 따라하든 할꺼 아니냐고! 맨날 어디께 맛있더라 말만 하지 말고 좀 데리고 다니라고 아저씨야! "
나는 늘 이런 식이고...


가끔 보면 우리 부부는 상황에 따라 대사가 다 정해져 있는 사람처럼 말을 한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가끔 대사를 바꿔서 해도 될 정도로 서로가 어떤 말을 하려고 하는지도 알고 있다.

그렇게 티격거리다 식당에서 깍두기를 담을 때 사이다를 넣는단 소릴 들었던 기억이 났다. 지체없이 수퍼로 뛰어가 사이다 한병을 사다가 두 컵 부어주었다.

 

깍두기를 김치통에 담고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우고 베란다에 옮겨 놓았다.

"아브라카 다브라 맛있어져라!"

삼일 정도면 맛있게 익으려나?

일전에 담근 열무김치가 맛있게 익었던데 저녁엔 열무김치 냉국수나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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