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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으로 피어나라

붉은 찔레꽃 - 타인의 울타리 속 반려식물

by 서 련 2020.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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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찔레꽃 람피온.

몇년 전 아침 산책 중에 우연히 어느 집 담장에서 만난 꽃이다.
찔레꽃은 흰색인데 이 아이는 분홍색이어서 참 신기했었다.
그러나 찔레꽃은 한참 전에 져버렸으니 찔레꽃은 아닌듯 싶었다. 그래서 검색을 해보니 붉은 찔레꽃이라 했다.


이 꽃을 처음 만났을 땐 담장위로 고개만 겨우 내밀고 있는 정도였다. 보일듯 말듯 하던 존재가 몇년 사이 담장을 훌쩍 넘어 담벼락을 덮어버렸다.
꽃을 키우는 주인의 정신이 올곳이 배어 있었다.
덩쿨이 가진 장점을 살려 최대한 자유롭게 내버려두는 배려가 돋보인다.

 

꽃을 키워본 사람은 알 것이다.
스스로 알아서 크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사람들은 '가꾼다'라는 명목으로 뭘 자꾸 그렇게 꽁꽁 묶어두려 애를 쓴다. 넝쿨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스스로 알아서 자라게 내버려 두질 못하고 끈으로 묶어 두거나 아니면 잘라 버린다.

 

주택가를 산책하며 집집마다 키우는 화초를 구경하는 것도 참 재미있다. 슬쩍 지나치면 늘 삭막한 골목이지만 애정을 가지고 찬찬히 들여다보면 작고 귀여운 생명체가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이 삭막한 세상을 우리와 더불어 숨 쉬며 살고 있는 반려식물들이 도처에 많다.

 

오늘의 산책길을 지켜줄 아이는 붉은 찔레꽃이다.

하던 일이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인데 새로운 일이 떨어졌다. 일이 완전히 정리가 된 상태는 아니지만 나를 간절히 원한다는 이유로 본의 아니게 직업이 두 개가 되었다. 월요일부터 나는 그 유명하다는 투잡을 하게 생겼다.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다는 이 펜데믹 시국에 왠 떡인가 싶다가도 슬슬 부담이 밀려온다.

좀 쉬면서 우아하게 빈둥거리고 싶었는데 뭘 해도 너무 잘하는 탓에 일복이 터졌다. 물 들어 올 때 노 저으라 했다고 또 열심히 굴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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