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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

뭘 꼭 해야 해?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아. 그냥 숨만 쉬고 있어도 돼.

by 서 련 2020.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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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운 토요일 아침, 날은 흐리고 바람은 시원했다.
딸램씨가 기분이 울쩍하다고 하길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기분이 울쩍할 땐 걷는 게 상책이라 그런 것도 있고 뭐 때문에 우리 딸램씨가 기분이 저조한지 진단?도 할겸.

공원을 들어서는데 감자꽃을 닮은 꽃이 보였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가지에 엉크런 가시도 달린것이 가지를 닮은것 같기도 했다.
딸램씨를 벤치에 잠깐 앉혀두고 네이버 검색기에 렌즈를 켜고 사진을 찍어 검색을 했다.
검색 결과 "도깨비가지"라는 답이 나왔다.


궁금한 걸 해결했으니 이젠 공원을 한 바퀴 돌며 딸램씨의 기분을 탐색할 차례였다. 그런데 딸램씨가 그냥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그래서 두 말 않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딸램씨가 입을 열었다.

딸램씨: 엄마, 나 사는게 싫어질라고 해.
나: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지만 내색하지 않고 해 맑은 목소리로) 왜?
딸램씨: 뭐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나: (여전히 해 맑은 목소리로)아, 그래?
딸램씨: 응,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자신이 없어.
나: 음... 뭘 꼭 해야 해? 아무것도 안 해도 돼. 그냥 숨만 쉬고 있어도 돼.
딸램씨: 그런데 엄마 그게 더 힘들어.
나: 하긴... 너 나이 땐 그냥 숨만 쉬고 있어도 힘들 나이야. 엄마도 그랬어. 누가 뭐라하지 않아도 나이를 먹으면서 주어지는 부담감때문에 힘들었지. 스스로를 책임지며 살아간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어.

그 나이 때 아이들 모두가 하는 고민이 또래보다 쬐끔더 예민한 우리 딸램씨의 마음을 무겁게 했던 모양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빠바(파리바게트)에 들러 달달한 빵을 샀다. 울쩍할 땐 달달한 빵이 최고!

들어가자마자 눈에 띄는 펭수 롤리팝! 계산은 딸램씨가 할 예정이므로 두개를 골라 슬쩍 쟁반에 올려 놓았다.

딸램씨: 앗 펭수닷! 근데 엄마, 펭수를 먹을 수 있어?
나: 아니! 펭수를 어떻게 먹어! 그냥 보려고...^^

계산서를 보는데 깜짝 놀랐다. 롤리팝 하나에 2,500원이나 했다. 역시 우리 펭수 이름값이 비싸구나!


그치만 울 펭수 디지게 귀엽다^^
딸램씨 기분 풀어 주러 갔다가 내 기분만 풀고 왔다^^

"하여간 딸램아, 사는 게 힘들 땐 너무 깊이 생각 하지도 말고 너무 애쓰려 하지도 말고 걍 대충 대충 살어. 살다보면 또 살아지게 마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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