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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

피할 수 없는 바이러스

by 서 련 2022.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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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피곤 한 날이었다.
목까지 따끔거리고 아파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약국으로 달려가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사서 돌아와 검사를 했다.
혹시나는 역시나였다.
그렇게 내 일상은 멈춰버렸다.

집안을 탈탈 털어 내고 소독을 한 후 옷가지를 챙겨 빈집이 되어버린 시댁으로 들어갔다.
와중에 코로나19를 피해간 딸램만 혼자 집에 남겨두고 남편과 둘이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딸램이 약국에서 사다준 30개 들이 감기약 한 박스와 예방접종 때 처방받은 타이레놀 한 뭉치가 치료약의 전부였다.
물론 병원에 전화하면 증상에 맞춰 처방전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딱히 이렇다할 증상도 없었고 그냥 가벼운 감기 증상만 있었던 터라 딸이 준비해준 것 만으로도 충분했다.

몸이 아픈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것도 아닌 어정쩡한 날이 계속 되었다.
외진 시골집이라 그나마 텃밭에라도 나갈 수 있어서 조금은 덜 답답했다.
하지만 어디도 갈 수 없고 아무도 만날 수 없다는 고립상황은 좀 처럼 적응하기 힘들었다.

길고도 긴 6박7일이 지났다.
남편과 나는 격리해제가 되기 무섭게 진단키트를 꺼내 검사를 했고 음성 결과가 나오자마자 집으로 돌아왔다.

공기부터 다른 우리집...

그런데 오랜만에 보는 딸램 얼굴이 유난히 낯설었다.
엄마가 없는 동안 강제 다이어트가 된 모양인지 얼굴이 반쪽이 되어있었다.

"엄마, 나 뱃살이 없어졌지?" 라고 하며 배를 까고 배시시 웃고 있는 딸램을 보니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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