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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으로 피어나라

농린이 남편 - 무엇을 상상하든 상상 그 이하.

by 서 련 2022.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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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6월 26일 해바라기

남편이 봄에 심은 해바라기가 꽃을 피웠다.
남편은 주말만 되면 시골집에 들어가 꽃밭을 가꾸며 자연인 놀이에 흠뻑 빠졌다.
어느 날은 꽃씨를 잔뜩 뿌려 놓았다 했고, 또 어느 날은 더덕 씨를 잔뜩 뿌려 놓았다고 했다.
그러고는 그게 끝이었다.
씨를 뿌려 그 아이가 싹을 틔워 나오면 잡초도 제거해야 하고 물도 줘야 하고 보살펴야 할 게 끝도 없이 많은데
남편은 초보 농사꾼, 농린이라서 아직 그걸 잘 모른다.

 

남편은 시골에서 태어나 시골에서 자랐지만 귀하게 자라신 몸이라 그런지 농사일에 대해선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
한 날은 더덕을 심어 놓은 고랑에 바랑이 잡초가 무성해서 잡초를 좀 뽑아야 하지 않겠냐고 했더니 풀이랑 함께 자라라고 그냥 놔둔 거라고 하는 거다.
그냥 놔두면 풀만 무성해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래서 내가 풀을 멨다. 

잡초를 제거한 곳의 더덕과 잡초를 제거하지 않은 곳의 더덕이 어떻게 크는지 보라고 참 교육 차원에서 조금만 메줬다.

 

그리고 얼마 후, 남편은 더덕밭에 잡초를 다 뽑았다고 했다.
잡초를 제거한 쪽과 잡초를 제거하지 않은 쪽의 생육 상태가 그 며칠 사이 엄청난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잔소리만 해서는 절대 듣지 않는 남편이라 내가 고생이 많다.

참고로 이 것이 내가 시골집에 가지 않으려는 이유이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해바라기가 꽃을 피우긴 피웠다.
애초에 나는 키 큰 해바라기가 빼곡히 들어선 모습을 상상했었으나 키 작은 해바라기 열댓 포기...
그 게 전부...

기대가 너무 컸나 보다.
나는 남편의 뭘 믿고 그렇게 큰 기대를 했던가!?
하여간 남편이 하는 농사일은 무엇을 상상 하든 상상 그 이하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였다.

뭐든 빨리 터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늦게 터득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니 남편을 탓하진 않는다.

 

 

22년 6월 26일 해바라기


나는 그저...  해바라기 꽃에 앉은 곤충의 정체가 궁금할 뿐이다.

너는 누구냐?

꽃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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