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봄에 심은 해바라기가 꽃을 피웠다.
남편은 주말만 되면 시골집에 들어가 꽃밭을 가꾸며 자연인 놀이에 흠뻑 빠졌다.
어느 날은 꽃씨를 잔뜩 뿌려 놓았다 했고, 또 어느 날은 더덕 씨를 잔뜩 뿌려 놓았다고 했다.
그러고는 그게 끝이었다.
씨를 뿌려 그 아이가 싹을 틔워 나오면 잡초도 제거해야 하고 물도 줘야 하고 보살펴야 할 게 끝도 없이 많은데
남편은 초보 농사꾼, 농린이라서 아직 그걸 잘 모른다.
남편은 시골에서 태어나 시골에서 자랐지만 귀하게 자라신 몸이라 그런지 농사일에 대해선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
한 날은 더덕을 심어 놓은 고랑에 바랑이 잡초가 무성해서 잡초를 좀 뽑아야 하지 않겠냐고 했더니 풀이랑 함께 자라라고 그냥 놔둔 거라고 하는 거다.
그냥 놔두면 풀만 무성해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래서 내가 풀을 멨다.
잡초를 제거한 곳의 더덕과 잡초를 제거하지 않은 곳의 더덕이 어떻게 크는지 보라고 참 교육 차원에서 조금만 메줬다.
그리고 얼마 후, 남편은 더덕밭에 잡초를 다 뽑았다고 했다.
잡초를 제거한 쪽과 잡초를 제거하지 않은 쪽의 생육 상태가 그 며칠 사이 엄청난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잔소리만 해서는 절대 듣지 않는 남편이라 내가 고생이 많다.
참고로 이 것이 내가 시골집에 가지 않으려는 이유이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해바라기가 꽃을 피우긴 피웠다.
애초에 나는 키 큰 해바라기가 빼곡히 들어선 모습을 상상했었으나 키 작은 해바라기 열댓 포기...
그 게 전부...
기대가 너무 컸나 보다.
나는 남편의 뭘 믿고 그렇게 큰 기대를 했던가!?
하여간 남편이 하는 농사일은 무엇을 상상 하든 상상 그 이하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였다.
뭐든 빨리 터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늦게 터득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니 남편을 탓하진 않는다.
나는 그저... 해바라기 꽃에 앉은 곤충의 정체가 궁금할 뿐이다.
너는 누구냐?
꽃등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