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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

마당 캠핑과 이불 빨래

by 서 련 2022.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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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
퇴근하자마자 시골집으로 갔다.
지난주에 조카사위를 맞이하느라 떠벌여 놓은 살림살이를 정리하려고 들렀다.

싱크대에 나와 있는 그릇 들을 찬장에 넣고 냉장고 속에 아무렇게 쑤셔 넣어둔 음식들도 정리했다.


솥뚜껑 삼겹살

내가 청소기로 집안의 먼지들을 정리하는 사이 남편과 딸내미는 마당에서는 캠핑을 즐기고 있었다.
딸은 솥뚜껑에 삼겹살을 구워

딸내미가 끓인 비빔면

비빔면에 올려 먹었고

굵은 소금을 뿌려가며 숯불에 구운 닭, 숯불닭구이

남편은 숯불에 닭을 구워 소주 한잔을 마시고 있었다.

닭고기에 밴 숯불향이 예술이었다.

딸내미가 만든 비빔면으로 저녁을 먹고 남편이 만든 숯불 닭구이로 맥주 한 모금을 마시니 정말 캠핑장에 와서 캠핑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평화로울 수는 없는 좋은 날이었다.
하지만 계속 눈누난나~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10년 묵은 때 국물

집주인 없는 집안의 살림살이를 자의로 맡았으니 맡은 바 본분을 다해야 했다.

이 주의 미션은 바로 이불 빨기!!
여름이 되니 장롱 속의 이불에서 불쾌한 냄새가 심하게 났다.
그동안 숙박을 하지 않고 다녀만 가서 이불에서 그런 냄새가 나는지도 몰랐다.
고약한 찌린 내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일단 세탁기에 넣을 수 있는 이불은 모두 꺼내어 세탁실 앞에 잔뜩 쌓아 놓고 세탁기를 돌렸다.

그런데 솜이불이 문제였다.
이불 홑청만 빨아서는 고약한 냄새의 원인이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았다.
이불솜도 베개 솜도 다 빨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모두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어느새 이불솜과 이불 홑청을 분리하고 베개닛과 베개솜을 분리하고 있었다.
버리고 싶은 마음만 굴뚝같았고 고약한 냄새의 원인을 해결하려는 몸짓은 본능적이었다.


이불 헹구면서 즐기는 물놀이... 여름엔 지하수가 쵝오!

남편에게 창고에서 커다란 고무다라 하나를 꺼내 달라고 했다.

"그건 뭐 하게?"

"이불 좀 빨게."

남편이 작은 고무 다라를 꺼내 왔길래

"그것 말고 배추 절일 때 쓰던 큰 다라!!"

남편은 그제야 김장할 때 쓰던 큰 다라를 낑낑거리며 들고 나와서 다라에 물을 받았다.
세탁기에 들어가지 않는 대형 면 카펫 하나, 대형 이불솜 하나, 얼룩덜룩한 배게 솜 3개를 넣고 세재를 풀었다.
시골집 식수는 수돗물이 아니고 지하수라 세제만으로는 찌든 때가 잘 가지 않는다.
그래서 주방 세제도 함께 넣어 주었다.

간헐적으로 이불을 밟아가며 한 시간 정도 불렸다.
지하수가 어찌나 차갑던지 더위가 싹 사라질 정도였다.

물을 먹은 무거운 이불솜과 면 카펫을 커다란 소쿠리에 건져내고 다라에 물을 받아 헹굼을 하는 사이 날이 지고 있었다.

어두운 마당에 불을 켜니 온갖 벌레들이 모여들어 극성을 떨었다.
그래서 얼마 전에 베어서 말려둔 쑥으로 모깃불을 피웠다.
쑥에 물을 뿌려 연기만 올라오게 천천히 태웠다.

그날, 세탁기가 밤새도록 일을 해 준 덕분에,
또 아침부터 따가운 볕이 쨍쨍 내리쬐어 준 덕분에,
토요일 저녁이 되기 전까지 나는 모든 일을 끝 낼 수 있었다.

뽀송뽀송하게 잘 마른 이불솜에 이불 홑청을 씌우고
햇볕에 잘 마른 이불들도 잘 개어서 장롱에 넣어 놓고 뿌듯한 마음으로 집에 왔다.

시골집 마당에서 캠핑도 하고 이불 빨래를 하며 물놀이를 하는 일석이조, 아니 일석삼조의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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