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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이다

유발 하라리의《사피엔스》《호모 데우스》《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by 서 련 2022.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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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관념 "1"도 없이 되는 대로 근근이 살던 나를 "자낳괴"(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로 만들어준 최고의 조력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바로 유발 하라리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경제학자가 아닌 역사학자다.
내가 유발 하라리를 처음 알게 된 건《사피엔스》라는 책 때문이었다.
'아프리카에 살던 별 볼일 없던 영장류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지구 행성을 정복하고 지배자가 될 수 있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책에서 설명하길 인간이 가진 신, 인권, 국가 또는 돈에 대한 집단 신화를 믿는 독특한 능력 덕분에 사피엔스가 지구 행성을 정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당시 나는 그의 참신하고 독특한 시선이 너무 신선했고 재미있었다. 그래서 후에 출간된 《호모 데우스》를 구매하는데 1%의 망설임도 없었다.


호모데우스 첫장에 인쇄된 서명


《호모 데우스》는 전작 《사피엔스》와 겹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겐 여전히 새롭고 흥미로운 서사가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오래된 신화들이 혁명적인 신기술과 짝을 이뤄 만들어낸 새로운 종교(데이터교)를 통해 인간, 즉 데이터를 독식한 인간은 신이 되어 불멸, 행복, 신성을 추구할 것이라는 가설은 그냥 가설로만 머물러 있지 않을 것 같다.

21세기 초, 진보의 열차가 다시 정거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이 열차는 아마 호모 사피엔스라 불리는 정거장을 떠나는 막차가 될 것이다. 이 기차를 놓친 사람들에게는 다시 기회가 없을 것이다. 좌석을 얻기 위해 당신은 21세기 기술을 이해해야 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생명공학과 컴퓨터 알고리즘의 힘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것들의 힘은 증기와 전신 기계의 힘보다 훨씬 더 강하고, 이것들은 그저 식품, 섬유, 자동차, 무기를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을 것이다. 21세기의 주력상품은 몸, 뇌, 마음이 될 것이고, 몸과 뇌를 설계할 줄 아는 사람들과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의 격차는 디킨스의 영국과 마디의 수단 사이의 격차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실은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 간의 격차보다 클 것이다. 21세기 진보의 열차에 올라탄 사람들은 창조와 파괴를 주관하는 신성을 획득하는 반면, 뒤처진 사람들은 절멸에 직면할 것이다.

-《호모 데우스》 378 page -

21세기의 주력 상품이 몸, 뇌, 마음이 되고 몸과 마음을 업그레이드하는 인간은 불멸(不滅)의 존재가 된다?!
앞날의 일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생명공학이 어디까지 발전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만약 하라리의 예측대로 미래의 역사에 "불멸"을 쓸 수도 있다면 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멸을 선택하려 할 것이다. 결코 절멸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자낳괴"를 자청하며 "부"에 집착하게 된 이유다.


인간은 한 번 왔다가 간다는 전통적인 사고관으로 생각하면 돈이 없어도 그럭저럭 한 세상 잘 살다 가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나 불멸이 목전에 있다. 돈이 있는 지인들은 나날이 젊어지고 건강하게 살고 있는데 나는 돈이 없어 세월의 풍파를 고스란히 맞으며 시름시름 늙어 죽어간다면? 비록 불멸이 내 삶이 다한 먼 훗날의 일이라고 해도 너무 끔찍하다. 언제나 그렇듯 평가의 기준은 항상 상대적이니 말이다.
《호모 데우스》라는 책을 읽고 "부자"에 꽂힌 나는 각종 유튜브 경제 방송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그러느라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이라는 책을 출판이 되고 한 참 후에야 읽었다.


《사피엔스》가 인류의 과거 역사를 서술했다면 《호모 데우스》는 미래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이라는 책은 제목에서 벌써 내용이 그려진다.
- 더 나은 오늘은 어떻게 가능한가- 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럼 서문에 있는 내용을 잠깐 살펴보자.

이 책에서 내가 말하는 의제는 전 지구 차원의 것이다. 전 세계 사회를 규정하고 지구 전체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주요 힘들을 살펴본다.
-중략-
현실은 수많은 가닥의 실로 직조된다. 이 책은 우리가 지구 차원에서 당면한 곤경의 다양한 면들을 다루려고 한다. 모든 문제를 망라했다고는 할 수 없다. 《사피엔스》《호모 데우스》와는 달리 이 책은 역사적 서사를 의도하고 쓰지 않았다. 오히려 교훈의 선집이라고도 하겠다. 교훈이라고 해서 단순 명료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독자 스스로 더 생각해보도록 자극하고, 우리 시대의 주요 대화중 일부에 참여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호모 데우스》가 생명과학에 중점을 두었다면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정보 과학(알고리즘과 빅데이터)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하라리에 관한 다소 개인적인 내용도 담겨 있으니 꼭 읽어 보길 권한다.

나는 이 책 마지막 부에 담긴 교육, 의미, 명상에 관한 부분을 관심 있게 읽다가 유독 한 문장에 오랫동안 시선이 머물렀다.

"세상에서 가장 현실적인 것은 고통이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461 page 마지막 줄 -

일찍이 나가르주나는 고통의 근원이 욕망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고 불교에 귀의했다고 한다.
"고통"이 가장 현실적인 문제인 것은 세기가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것일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문장이다.

《사피엔스》《호모 데우스》《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중 내가 고른 최고의 책은 단연코 《호모 데우스》 가 아닐까 한다.
게으른 나의 행동 패턴까지 슬그머니 바꿔 버렸으니 말이다.
모든 것은 변화하고 변화만이 상수란 걸 하하리는 태초부터 알고 있는 사람인 듯하다.
무한한 존경을 보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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