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실(絲)과 함께

겹짧은뜨기로 만든 가방 - 서련표 명품가방

by 서 련 2022. 10. 9.
728x90
반응형

 

겹짧은 뜨기로 만든 가방

지난겨울에 만들어 봄 철 내내 나와 출근을 함께한 가방이다. 여름엔 가방이 덥게 느껴져서 잠시 넣어뒀다가 가을을 맞아 다시 가방을 꺼냈다.

사진출처: 청송뜨개실 상세페이지 화면 캡처

가방을 만든 실의 종류는 "동방 18합 면사" 319 보라색이고 두 타래를 들여 완성했다.
코바늘을 사용했고 겹 짧은 뜨기로 만들었다.

가방 바닥의 코를 잡고 짧은 뜨기를 할 때는 2.5mm 코바늘을 사용했고 나머지 부분은 3mm 코바늘을 사용하였다.

사진 출처: 유튜브 채널 타임비스킷 화면캡쳐


뜨개질 방법은 유튜브 타임 비스킷에서 배웠다.
늘 그렇듯 알고리즘에 이끌려 알게 되었고 아무 교류도 없는 유튜버다.


바닥 코를 잡고 가방 본판 10cm를 올리는 데까지 몇 번을 떳다풀었다 했는지 모른다.
콧수를 적게 잡으면 가방이 자꾸만 쪼그라들고 콧수를 많이 잡으면 가방이 위로 갈수록 후줄근해서 모양이 미웠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적당한 콧수를 알아내고 만들어진 귀한 가방이다.

그때는 퇴근해서 저녁 설거지가 끝나기 무섭게 자리에 앉아 자정이 넘을 때까지 뜨개질을 하고 또 했다.

그러느라 손목엔 항상 파스가 붙어 있었고 손가락은 늘 저렸다.

실패작

지금 이 가방을 뜨기 전 가방 바닥을 사용하지 않고 별무늬를 넣어 떴던 휴대폰 가방이랑 숄더백이다.

가방에 물건을 넣으면 가방 바닥이 축 쳐지고 가방끈은 두배로 늘어났다.
실패작이었다.

실패작은 올을 풀어서 다시 뜨면 된다.
그것이 코바늘 뜨기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잘 못 만들면 올을 풀어서 다시 만들면 되고 다 만들어 사용하다가도 질리면 올을 풀어서 다른 걸 또 뜨면 되니까 말이다.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가방


다시 만든 이 보라색 가방은 깨나 마음에 든다.
몇 개월을 사용했지만 가방끈이 1도 늘어나지 않았으며 모양이 일그러지지도 않았다.
차 키를 달고 다니면 그 부분이 늘어질 법도 한데... 아직 짱짱하다.

가끔 브로치를 달아 변신을 시도해 보기도 하며 나름대로 가방과의 애착형성이 잘 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가끔 동료들이 내 가방을 보며
"나도 하나 만들어 주면 안 될까? 실 값은 줄게."
라고 말하면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실값이 문제가 아니고... 너무 힘들어서 안 돼."라고 말한다.

사실, 실값과 부자재 값은 끽해야 3만 원 내외다.
그런데 그 걸 만드는데 드는 시간과 정성을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굳이 최저시급으로 환산을 하자면 하루 3시간씩 한 달 정도 걸렸으니
최저시급 ×90시간 그리고 주로 퇴근 후 밤에 작업을 했으니 야간수당도 붙어야 하고...

9160원(22년 최저시급) × 1.5(야간수당) ×90시간,
거기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다는 희소성의 가치도 포함을 하면...

와우... 어지간한 명품 백 하나 값이다.
그러고 보니 여태 나는 엄청난 것을 들고 다녔구나!

신성한 노동의 가치를 미처 몰라봤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