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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해가 길게 드러누울 즈음...
시골집 단풍나무 아래에서는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26년 5월 1일 오후...
시골집에서 고추 모종을 심고 집으로 돌아온 남편이 말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이대로 집에 있기가 아까운데... 남사 가서 고기나 궈 먹을까?"
정말, 남편 말대로 날이 너무 좋았다.
해가 지는 것이 너무 아쉬울 정도로 좋은 날이었다.
그래서 못 이기는 척, 양파장아찌, 부추 장아찌, 쌈장, 마늘, 고추, 오이 스틱을 챙겨 시골집으로 갔다.
남편은 반으로 자른 드럼통에 장작불을 피우고 그 위에 솥뚜껑을 올려 고기를 구웠다.
남편이 불을 피워 고기를 굽는 동안 나는 밭으로 나갔다.
작년에 심어 놓은 작약꽃을 살펴보았고 남편이 텃밭에 심어 놓은 오이랑 고추, 수박이랑 참외 등을 살펴보았다.
농린이였던 남편은 이제 농사꾼이 다 되었다.

밭 둑엔 오가피가 햇순을 내밀고 있었다.
보드라운 햇순을 꺾어 냄새를 맡아보니 향긋한 냄새가 났다.
참기름을 발라 놓은 듯 반들반들한 것이 누가 봐도 '나는 햇순이다.'하고 외치는 것 같았다.
오가피 햇순은 생으로 먹으면 약간 쌉싸름하다.
쓴 거 싫어하는 남편은 생으로는 못 먹을 것 같아 삼겹살 기름에 데쳐 줬다. 그랬더니 그게 또 그렇게 맛있단다.

남편이 술을 끊은 이후로 우리의 생활은 참으로 건전해졌다. 이루 말할 수 없이 말이다.
진작 그랬어야 했는데....
하긴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다행이다.

길게 드러누운 오후 햇살처럼...
내 남은 생도 마지막까지 반짝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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