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억은 낙엽처럼/2007

습관

by 서 련 2007. 9. 21.
728x90
반응형
2007/06/26 (화) 05:23


커피를 마시지 않고 한달이 흘렀다.
커피가 떨어진 이후로 '커피를 사야겠네'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지
커피를 사러 가는 구체적인 행위는 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흐른다.
 
2주째, 드디어 커피를 사러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장보기 목록에다 '커피'라고 큼직하게 적었었다.
하지만 건망증인지 습관인지 장보러 갈 땐 항상 애써 메모해둔 쪽지를 지갑이 아닌 책상위에 두고 갔다.
역시 커피를 사지 못하고 일주일이 흐른다.
 
3주째, 커피광인 내가 2주 동안 커피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는 건 사건이다.
그래서 옆에 있던 남편에게 "나 2주 동안 커피 안 마셨다."라고 했더니
이 기회에 커피를 끊어버리는 게 어떠냐는 물음을 대답으로 던지는 것이었다.
'커피를 끊어?'
생각해 보니 여태까지 나는 커피 맛을 알고 커피를 마셨다기 보다는
그냥 습관적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을 하며 또 일주일을 보낸다.
 
4주째, 날이 갈수록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생성된다.
내 또하나의 욕망,
그 욕망이 강렬해지면 강렬해 질 수록 나는 미소 짓는다.
욕구를 지배하는 우뇌를 보기좋게 한방먹인 통쾌함 때문일 것이다.
 
이제와 그 통쾌함을 가만히 들여다 보니
거기엔 "과거의 커피를 마시던 나의 행위" 와 "현제의 커피를 마시지 않는 나의 행위"가 존재했다.
전자는 습관적인 무분별과 무질서를 일삼던 "나"의 행위일 것이고
후자는 습관적인 무분별과 무질서로부터 통제 된 "나"의 행위일 것이다.
그 행위가 의식으로부터 출발을 했든 무의식으로부터 출발을 했든
그 사소한 행위에서 부터 출발된 "과거의 나"는 한달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현재의 나"로 변화되어 있었다.
 
최초, 커피가 떨어지고 난 이후로부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불어닥친 변화의 바람,
그 사소한 변화의 바람은 분명 나를 성장시키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생각한다.
이대로 무분별하고 무질서한 습관의 포로가 될것인가, 아니면 그 습관을 포로할 것인가를...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