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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2007

모순

by 서 련 2007.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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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7/05 (목) 05:04



저기 길가를 봐, 웃고 있잖아.
겁많은 노란 얼굴을 하고 소심한 루시가 웃고 있잖아.
자동차가 일으키는 광풍에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웃고 있잖아.
꽃대가 땅바닥에 닿을 정도로 흔들리던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고 있잖아.

진정해야 해.
이런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어. 아무 것도... 그게 현실이거든.
무서운 현실... 아무리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지독한 현실.
그 현실 속에서는 누구나 겁쟁일 수 밖에 없어.

웃자, 벗어 날 수 없다면 웃기라도 하자.
기왕 웃는 거, 저기저 루시처럼 해픈 뱃속을 바닥까지 드러내 보이며 웃어버리자.
경박하게 보다 더 경박하게...

급기야 경박이 목구멍까지 차고 올라 호흡까지 곤란해질 지경에 이르면 토해버리자.
모든 걸 시원하게 토해버리자.
토사물이 되어 땅바닥을 나뒹굴고 있는 모순...
그 모순을 바라보며 그때 비로소 싸늘하게 웃어주자.
싸늘하게 보다 더 싸늘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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