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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2007

완전 바가지

by 서 련 2007.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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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y of the day 2007/08/16 (목) 05:21

며칠째 지아빠 머리를 만지며 흰머리를 찾던 지니는 급기야
머리카락 한 올 당 백원이라는 가격을 책정하고 알바에 나섰다.
어제는 공들여 뽑은 머리카락 갯수가 10개가 되던 날...
아이는 천원이라는 수입이 손에 쥐어지자 쓰고 싶어서 안달이 났나보다.
아침부터 장난감 가게에 가야한다고 성화다.
 
요즘 너무 더워서 한쪼가리 옷(원피스)을 선호하는 나는...
두쪽 세쪽 나눠진 옷을 갖춰 입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심각한 알러지가 생겨버렸다.
옷을 껴 입는 게 두렵고 밖에 나가는 게 두렵고...
내 흐물흐물한 표피에서 미지근한 뭔가가 스물스물 삐집고 나오는 것도 정말이지 구토가 날 것 같다.
그래서 어딜 가야한다는 것이 그닥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는 천원짜리 한 장을 손에 쥐고 장난감 가게를 가야한다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내 옆에 조용히 달라 붙어 열심히 데모?를 했다.
그렇게 한 시간만 더 졸라대면 나도 미치고 애도 미칠 것 같아서
일단 찬물 열 대아를 온몸에 끼 얹고
한쪽, 두쪽, 그리고 공포의 세쪽, 네쪽, 다섯쪽... 옷을 걸치고 아이 손을 꼭 붙잡고 장난감 가게에 갔다.
몇 천원짜리 중국산 장난감이 질비한 가게로...
 


지니가 고른 까만색 원격조정 스포츠카~ 
우수한 성능~ 미려한 디자인~   
"이 거 얼마예요?"
포장 박스에 붙은 가격표를 보니 아이가 가지고 있는 돈의 열한배의 가격이다.
그리고 별도로 구매해야하는 건전지 값이 장난감 본체 가격의 절반이나 하고...
이 것을 보고 사람들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라고 한다.
 
"제발 좀 싼 걸루 골르면 안될까? 여기... 이거 어때?"
얌전하고 착하게 생긴 인형을 손에 들고 아이를 유혹을 해 봐도 
까만색 스포츠카~ 그것이 아니면 안되겠단다.
잠시 망설이던 나는 그걸 사들고 집에 돌아와야 했다.
완전 바가지다.
.........
 
지금 시각 5시 55분...
왱~~~~
지니가 원격조정 스포츠카를 가지고 논다고 벌써 일어났다.
"그게 그렇게 좋아?"라고 하면서 애 아빠도 옆에서 같이 논다ㅡ.ㅡ;;
 
그걸 사면 아빠들이 더 좋아한다는 장난감 가게 아줌마의 말이 문득 뇌리를 스친다.
다들 그게 좋긴 좋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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