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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2007

오징어젓

by 서 련 2007.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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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y of the day 2007/09/28 (금) 19:55

얼마전 퇴근길에 남편이 물오징어를 한보따리 사와서는 오징어 젓갈을 만들어 보겠다는 거야.
그러면서 나더러 어떻게 만드는지 아냐고 묻더군.
물으나 마나 알아야 대답을 해 주지.
그래서 데쳐 먹고 국 끓여 먹으면 되겠네? 그랬더니 아니래... 자기가 한번 만들어 보겠다나?
몸이 아파 죽겠어도 설거지 한번 안해주던 사람이 어떻게 오징어 젓갈을 만들생각을 했을까 몰라?
 
하여간 생각할 수록 이상해서 빈정대줄까 하다가 신이 내린 기회를 요긴하게 이용해 먹자 싶어서
아무소리 않고 인터넷 검색해서 오징어젓갈 만드는 레시피를 이쁘~게 출력해 줬지.
 
만드는 방법은 생각외로 간단하더군.
껍질 벗긴 물오징어를 소금에 절여 숙성 시켰다가 얇게 썰어서 양념만 하면 되는 거였는데
우리 남편한테는 조금 어려웠나봐.
레시피를 보고 또 보고, 보고 또 보고.... 오... 열심히 하던 걸...
 
물오징어 3마리 껍질 벗기는데 얼추 한시간은 걸렸을 거야.
껍질을 벗기는 건지 애무를 하는 건지... ㅉㅉㅉ
굵은 소금을 이용해서 껍질을 벗기면 쉽게 벗길수 있는데... 안갈쳐 줬지... ㅋㅋㅋ
 
왜?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겠냐 싶기도 하고...
이참에 오징어 껍질 벗기는 게 얼마나 성가신지 체험 좀 톡톡히 해 보라고...

 

 
어렵게 껍질 벗겨서 소금에 절여 7일간 냉장고에서 숙성시켜 썰어 놓은 물오징어 채....
 
내가 썰어 줄까? 그랬더니 오징어가 잘 찢어지는 결의 반대쪽으로 채를 쳐야 오징어가 질기지 않다나?
오... 레시피를 훌륭하게 잘 소화하고 있는 개똥이~
내친김에 끝까지 한번 해 보시라고 궁뎅이 두들겨 줬지.
 


그랬더니 양념까지 깔끔하게 해 놨더군.
"물오징어 채를 물에 담궈 짠맛을 조금 우려낸 뒤에
고춧가루, 물엿, 깨소금, 다진파, 다진 마늘, 다진 홍고추, 다진 양파, 생강 (식성에 따라 +α)을 넣고 버무려준다."
 
맛이 어떤지 궁금하지?
이제까지 먹어왔던 오징어젓갈의 그 맛이 아니고...
음... 그러니깐... 뭐랄까... 좀 색다른 맛이 있었지.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 물오징어 숙성시키는 기간이 제 각각이었어.
앞으로 좀 더 연구를 하다보면 좀 더 깊은 맛을 낼수 있지 않을까 해.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울 남편 생각이지만 서도... 어쨌든... 어험.
 


그나저나 뭘 조금 만들었다 싶으면 치우는 게 참 거시기 하지 왜.
그래서 이번엔 설거지까지 해 주믄 안되까? 그랬더니 순순히 "그러지 뭐" 그러는 거야.
'왠 일이랴~ 해가 참~ 서쪽에서 뜨거써여~'라는 말이 목구녕까지 올라 왔지만 초치기 싫어서 꾹 참았지.
 
어디서 들었는데 신랑 잘 부려 먹으려면 "오냐오냐 잘한다잘한다~"고 해 줘야 신이나서 더 잘한다고 하더군.
그래서 "오므나~ 잘 한다~" 그러면서 등도 두들겨 주고 궁뎅이도 두들겨 줬지.
그래도 뭔가 허전한가 싶어서 내친김에 기념촬영도 하고...
 
"어허~ 쏘~셜 포지션이 있는데 이런 걸 찍으면 쓰나!" 하며 똥배를 쓱~하고 집어 넣는 우리 남편, 개똥이...
음... 참 멋있는 녀석이다. 우리 개똥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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