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억은 낙엽처럼/2008

인간적인 그녀와 케이스만 빵빵한 PC

by 서 련 2008. 11. 12.
728x90
반응형
"****콤 현금 사은품 지급 날짜는 11월 14일 입니다. 감사합니다."

말로만 듣던 광랜을 깔았다. 인터넷 속도가 느려서 바꾼 것도 아니고 가입하면 지급 된다는 현금 사은품에 눈이 멀어서도 아니다. 나는 단지 그냥 전화 한 통 잘 못 받았을 뿐이다. 며칠전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낯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는 잘 받지 않는다. 그런데 그날은 어쩐 일인지 그냥 받고 싶어서 받았다. 목소리가 왠지 낯설지 않은 그녀가 내 정보를 줄줄 꿰고 있었다. 그런 걸 보니 내가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 회사 고객센타의 상당뭔인 듯 싶었다. . 그녀는 계약 만료기간이 다가왔으니 광랜으로 바꿔 주겠다고 했다. 나는 별 생각없이 그러라고 했고 상담원는 가입을 진행했다. 한참 그렇게 통화를 하다가 나는 뒤 늦게 내가 큰 착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상담원은 현제 내가 가입된 인터넷 회사의 상담원이 아니었던 것이다. 순간 기분이 언짢아졌다. 하지만 내 착각으로 가입절차는 모두 끝나버렸다. 그래서 나는 언성도 높이지 못하고 조용히 그녀를 추긍했다. 내 정보가 어떤 경위를 통해 그 회사에 들어갔는지를. 갑작스런 추긍에 당황을 했던지 수화기 건너편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러더니 그녀는 곧 무안한 웃음으로 상황을 얼버무리고 있었다. 체념 섞인 그녀의 웃음 소리에는 끝까지 한 번 해보겠다고 작정하고 덤비는 보통의 상담원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미안함을 대신하는 웃음은 어딘가 모르게 인간적이다. 그 모습에 이제 막 뾰족하게 날이 서기 시작하던 내 신경은 눌러지고 그녀에 대한 신뢰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럼.... 경위가 어찌됐던 믿고 맡길테니까 알아서 해주세요." 라는 말이 휴대폰을 타고 그녀의 귓전으로 흘러 들어갔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ㅜ.ㅜ"

며칠 전 그녀는 내가 미안할 정도로 연거푸 감사의 말을 쏟아 놓았었다. 그리고 며칠 뒤 나는 그녀의 노력으로 빚어진 현금 사은품을 받게 된다. 따지고 보면 그녀에게 감사라도 해야 할 일이지만 나는 여전히 광랜이 달갑지 않다. 속도를 받쳐주지 못하는 내 컴퓨터 사양때문이다. 2만원 남짓하는 중고 메인보드에 하드는 겨우 40기가고 AGP 방식의 후진 메모리카드가 장착된, 케이스만 빵빵한 조립PC. 이만하면 광랜이 무용지물일 수 밖에 없다.

'이참에 현금사은품으로 메인보드와 메모리카드를 갈아볼까?' 

라는 생각도 해 봤지만 그만 뒀다. 비록 케이스만 빵빵한 조립 PC지만 약간 느린 것 외엔 사용하는데 그리 큰 불편이 없기때문이다. 알뜰한 서 련은 괜한 낭비를 하지 않는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