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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2009

풍요

by 서 련 2009.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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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전 남사에 갔을 때였지. 들판이 황금색으로 변하기 일보 직전이었어.
햇살이 어찌나 따갑던지 살갗이 가을 볕에 지글지글 익을 지경이었지.
그 뜨거운 볕을 친구삼아 우린 밤을 따러 장대를 메고 밤나무 아래로 갔어.
밤 나무 위에 밤 송이들이 입을 쫙 벌리고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모양으로 그 검붉은 갈색을 반짝이고 있었지.
어찌나 탐스럽던지...
혹여 상처라도 날까 싶어 우린 조심조심 나무를 흔들어 밤송이를 털었어.
커다란 밤송이들이 후둑후둑 땅위로 사정없이 떨어졌지.
밤송이에 머리를 맞을까 싶어 나는 우산을 쓰고 밤송이를 한 곳에 수북히 모으기 시작했어.
밤 가시가 어찌나 억세던지 가시에 여러번 찔린 손 끝이 자꾸만 아려서 몹시 거슬렸지만
그 반짝반짝 빛나는 갈색 밤톨을 보는 순간 손 조금 아린 건 그냥저냥 참아 넘길 수 있었다는 거지.
풍요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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