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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2009

사랑니

by 서 련 2009.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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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쉬지를 못해서 그럴까?
며칠 전에 뺀 사랑니 자리가 욱신거린다.


"내 사랑하는 사람을 돌려 주세요!"

잇몸이 욱신거릴 때마다 이런 환청이 들리는 듯하다.
"어금니 뿌리가 4개인 건 처음 봅니다. 나가시다가 로또 하나 사셔야겠어요?" 라고
칫과 원장선생님이 이를 막 뽑고난 나에게 말했었다.
'특이하게 생긴 사랑니? 그럼 뽑지 말 걸 그랬나?'
칫과를 나오면서 괜히 이런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그 괜히가 괜히가 아니다. 정말 뽑지 말 걸 그랬나보다.
잇몸이 욱신거린다.
오늘은 제대로 한 번 쉬어 볼까?
제대로 쉰다?
그런데 제대로 쉰다는 건 또 어떤 걸까?
종일 침대에 드러누워 시체놀이 하는거?
그러면서 우측 시신경으로 전해지는 사랑니 자리의 욱신거림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지내라구?

"내 사랑하는 사람을 돌려 주세요!"

그 잦은 환청을 들으며 잠이 올 것 같지는 않아.
너를 뽑아 버리는게 아니었어.
뿌리 4개를 가진 특이하게 생긴 너를 그냥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보내는게 아니었어.
하지만 어떡해?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된 걸.
후회해도 소용은 없지만 후회가 되네.

"내 사랑하는 사람을 돌려 주세요!"

미안해.
잘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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