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억은 낙엽처럼/2009

출사표

by 서 련 2009. 12. 14.
728x90
반응형


퇴근해서 화장도 지우지 않은 채 컴터 앞에 앉았다.

수 개월동안 해 오던 갈등을 끝내려고 작정을 한듯 나는 이렇게 앉았다.

"딱 일년만 하고 그만 둬야지....딱 일년만!"

취업 3개월 때부터 벼르고 벼르던 그 1년이 코앞에 있다. 
그 수개월 동안 얼마나 많이 그만두고 싶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견디기 힘들어 흘린 눈물이 얼마나 많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제 벼르고 벼르던 1년이 다가왔다.
이제 만세를 부르며 사직서만 던지면 되는 것이었다.
이젠 때가 된 것이다.

그래서 며칠전 뽀다구 나게 사직서를 던지고 후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며칠동안 나는 마음이 정말 홀가분했다.

그러나 오늘... 사직서는 아직 처리되지 않았단다.
지금
껏 고생했으니 내년 1월부터는 조금 더 좋은 조건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단다.
며칠동안 마음을 홀가분하게 비웠던 탓일까?
지금 당장 그만두겠다는 소리가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생각할 시간을 좀 주세요."
머뭇거리는 내게서 일말의 희망을 찾은 리더는 앞으로 내가 더 받게될 연봉을 들먹거리며 출사표를 종용했다.
그리고 몇시간 만에 나는 사직서 대신 출사표를 뽀다구나게 던졌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은 이럴때 쓰라고 있는 말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나는 수 개월 동안 해 오던 일에 관한 모든 갈등을 청산하려 한다.
그러면서 오늘 문득 든 생각하나...
'혹시 이 일이 내 업은 아닐까?' 하는 생각...

하루 종일 그 "업"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왔다갔다 했다.
업?
글쎄... 과연 그럴까?

그래 이젠 정말 업(천직)을 만날 때까지  열심히 한 번 굴러 보자.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