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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2010

9월 어느 날...

by 서 련 2010.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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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8/06/봉화/달맞이꽃]



"엄마,화분이 깨졌어요."

아직 날이 밝지 않은 이른 시간에 아이는 왜 일어나 엄마를 부를까?
창가에 놓아 둔 화분이 깨졌다는 소리보다 나는 그 시간에 일어난 아이가 기특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벌써 일어났어?"

"응, 바람이 불어서 잠이 안 와.근데 화분이 왜 깨졌지? 옥순이가 그랬을까요?"

어제 고양이 옥순이가 창가에서 놀다가 금이간 커피잔에 심어둔 다육이 홍옥이를 엎었던 일이 있었다.
다육이 홍옥은 2년동안 창가에서 햇볕을 받으며 커피잔에서 탱글탱글 영글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막 커피잔 밖으로 그 요염한 허리를 살짝 눕히려하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나타난 허여 멀건한 고양이 한마리가 무지막지하게 앞발 펀치를 날렸던 것이다.
그러나 아이는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고양이가 또 엄마한테 야단을 맞을까봐 걱정을 하고 있었다.

"아니야,이 번엔 바람이 불어서 떨어진거야."

"그랬구나, 다행이다. 난 옥순이가 그랬는지 알고 얼마나 걱정을 했는데..."

이른 아침 창가에서 벌어진 일을 수습하고 창밖을 내다 보았다.
세찬 바람에 꺾여져 나간 나뭇가지들이 놀이터 곳곳에 뒹굴고 있었고
여기저기 상처를 입은 나무들은 거세게 몸을 떨고 있었다.

문자가 왔다.
[태풍의 영향으로 등교 시간을 11시로 합니다. ** 초등학교 ]

"학교가기 싫은데...."
아이는 개학하기 몇일 전부터 학교에 갈 생각을 하니 답답하다고 했다. 그리고 많이 우울해 보였다.

"그럼... 가지 말까? 엄마랑 같이 놀자."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 엄마. 하지만..."
학교 가지 말고 엄마랑같이 놀자고 하면 좋아서 펄쩍펄쩍 뛰던 아이였는데 이젠 그런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다.

10시가 지날 무렵 어디선가 아이들이 하나 둘 학교로 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 학교에 갈 시간이 아닌데도 아이는 주섬주섬 책가방을 챙기더니 학교를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2010년 9월,
열 한 살, 아직은 어린 그 어깨위로 차츰 삶의 무게가 내려 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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