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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2010

내 탓이지 뭐...

by 서 련 2010.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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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010/10/08 산책로에서...)

남편이 5시에 깨워 달라고 해서 5시 알람이 울리자 마자 깨웠다.
그랬는데 뭐라 그러는지 알아?
"5시 잖아?!"
그러면서 버럭 소릴 지르는 거야.


'지가 5시에 깨워 달라고 해서 나는 분명 5시에 깨웠던 것 뿐인데 왜 지랄이야?'
새벽부터 열통이 터져서 씩씩대고 있는데 고양이 옥순이가 다가와서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
'너는 내 꺼야.' 자기 딴에는 영역 표시 한다고 자꾸 비벼대는데 나는 그게 싫지 않다.
'말 못 하는 고양이 보다 못 한 인사 같으니라구...'

"그럼 몇시에 깨워?"
"7시까지 가야 해."
"아 그러니까 7시까지 가면 몇시에 깨워야 하냐고요!"
"이제 슬슬 일어나야지."

'그래, 넌 늘 항상 고딴 식이였지.일어나는 거 하며 밥 먹는 거 하며 심지어 옷 입는 거 하나까지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게 하나도 없었어.그래서 난 늘 너란 인간 챙기기에 바빠서 내 시간을 챙길 수가 없었던 거야.젠장! 남들은 그냥 내버려 두면 알아서 한다고 하는데 저 인간은 그냥 내버려 두면 나한테 지랄을 한다구.왜 안깨웠냐는 둥 마누라가 하는 일이 뭐냐라는 둥...버릇이 아주 더럽게 들었지.도움이 안되는 웬수 덩어리...!'

그때, 남편의 휴대폰에서 진동 소리가 길게 울렸다.

"메세지 왔나부다. 내 휴대폰 어디있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아그라? 이 **끼!"
남편이 날린 육두문자를 들으며 나는 스팸문자가 온 모양이다라고 생각한다.
잠시 후 남편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소리가 들린다.

세 마디 건너 한 번씩 십원짜리를 찾으며 이야기 하는 걸 보니 친구인 것 같았다.
그 쪽도 남편이 영 못 미더워서 알람을 자청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알았어 이 ***야!"
남편은 휴대전화를 소파에 내 팽개치며 그때부터 분접을 떤다.

"내 까만 셔츠 어디있어?"
"빨래 건조대에"
"어이구, 우리 마누라 그걸 또 젭싸게 빨아 놓은거야?"
"빨아 놓으라며!"
"빨아 놓으라구 또 젭싸게 빨아 놨단 말이지? 우리 마누라가?"
"그럼 안 빨아 놨다가 무슨 소릴 들으라구!"

남편은 아이방에 들어가 아이 얼굴을 보고 흉내도 잘 못 내는 경상도 사투리로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했다.
"나 간데이~"
"가던지 말던지!"
남편은 희죽 한 번 웃더니 드디어 현관문을 나섰다.

'근데 뭐야 저 자식. 왜 저렇게 희죽거려? 나 지금 열라 화내고 있는 중인데? 에이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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