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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에세이

미역줄기볶음

by 서 련 2010.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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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에는 마트에서 우연히 사게 된 천원짜리 미역줄기 한 팩 덕분에 몇년만에 미역줄기볶음이란 걸 만들게 되었다.
아이 학교 급식 메뉴에 미역줄기볶음이 심심찮게 올라와서 가급적이면 같은 반찬은 피해 보해보려고 애쓰던 중이었다.
그런데 미역줄기를 사던 그날은 별 생각없이 장을 봤던 것 같다.

★초간편 레시피★
미역을 찬물에 여러번 헹궈 소금을 씻어 내고 찬물에 담가서

소금물을 쫙 뺀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둔 다음 반찬 만들기에 들어간다.

1. 적당히 달궈진 후라이팬에 식용유와 들기름을 반반씩 섞은 기름을 두른다.
2. 기름을 두른 후라이팬에 다진 마늘을 넣고 볶다가
3. 소금기와 물기를 쪼~옥 뺀 미역줄기를 넣고 맛소금으로 간을 하며 볶다가
4. 후추를 살짝 뿌려 미역줄기 특유의 비린 맛을 잡아준다.
5. 마지막으로 올리고당을 살짝 뿌려서 감칠맛을 더해준 다음 가스랜지 불을 끄고 통깨를 살살 뿌려서 마무리한다.
★끄~읕 되시것습니다.★


미역줄기 볶음을 몇년만에 처음으로 하던 날 저녁,
아이와 함께 밥을 먹고 남편의 저녁상을 차려 놓고 운동을 다녀왔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엄마, 어제 저녁에 먹던 미역줄기볶음 어딨어?"
"글쎄, 냉장고에 있을텐데... 없네? 어디갔지?"

나는 안방으로 들어가 어제 저녁상을 치운 남편에게 미역줄기 볶음의 행방을 물었다.
"어제 미역줄기 볶음 어디다 치웠어? 냉장고에 안보이던데?"
출근을 늦게 하는 날이어서 늦도록 침대에 누워 잠을 자던 남편은 이불을 뒤집어 쓴 채 꿈 속을 헤매며 대답을 했다.
"내가 다 먹었어."
"그 걸 다?"

다시 주방으로 나온 나는 아이에게 말을 했다.
"그거 아빠가 다 먹었데."
"그 걸 다?"

이틀은 두고 먹을 양이었는데 그 많은 것을 순식간에 헤치웠다는 걸 보면
남편은 그 동안 미역줄기가 어지간히 고팠었나보다.


바로 다음 날,
나는 재래시장에 가서 미역줄기를 한보따리 사와서 비닐팩 여러개에 나누어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 뒀다.
그리고 또 미역줄기를 볶아 아이랑 함께 저녁을 먹는데 아이가 미역줄기 볶음을 가리키며 말을 했다.
"엄마, 우리 이 거 숨겨 놓자."
"뭘? 미역줄기 볶은 거? 왜?"
"아빠가 다 먹을까봐."

아빠가 다 먹을까봐 미역줄기볶음을 숨겨놓고 먹자는 아이의 말에 나는 배꼽을 잡고 한 번 웃었고
그 이야기를 남편에게 전해 주면서 남편이랑 또 한 번 배꼽을 잡으며 웃었다.





그 일이 있고 난 며칠 뒤,
나는 또 생각없이 미역줄기를 볶았다.
그런데 며칠 전에 볶았던 그 맛이 안나는 거다. 뭔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피곤해서 입맛이 좀 이상해졌나 싶어 아이더러 먹어 보라고 했더니 자기도 그렇다고 했다.

'왜 그럴까?'
오도독 오도독 미역줄기를 씹을 때마다 며칠전에 먹었던 그 맛이 아니라는 생각이 오도독 오도독 솟구쳤다.

'뭐가 빼졌지?'
밥공기에 밥이 없어질 때까지 그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그러나 마침내 밥공기를 비우고 숫가락을 식탁위로 내려놓기 무섭게 의문이 풀렸다.

4번이다! "4.후추를 살짝 뿌려 미역줄기 특유의 비린 맛을 잡아준다."라는 과정을 
정말 살짝 빼먹고 5번으로 바로 들어간 것이 화근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후라이팬에다 미역줄기볶은 걸 넣고 후추를 살살 뿌려서 다시 볶았다.
그리고 아이랑 같이 맛을 보는데...

아이가 말했던,자기 아빠가 다 먹어버릴까봐 숨겨놓고 먹자던 그 맛이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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