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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2010

철 없는 것들...

by 서 련 2010.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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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중턱을 넘어선 지점, 가파른 고갯길을 3개 넘은 후에 항상 땀을 식히며 쉬어가는 곳이다.
오늘은 날이 차서 그런지 땀이 났어도 흘러 내린다는 느낌은 없었다.
벤치에 앉아서 보온병을 꺼냈다.
집을 나설때 펄펄 끓는 옥수수차를 부었었는데 어느덧 먹기 좋게 식어 있었다.
따끈한 옥수수차 몇 모금을 마시고 있으려니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어느 대학교옆 원룸촌 마을에 철 모르고 피어있던 애기똥풀꽃.

"애기똥풀이다! 맞죠 엄마?"

"그러네...근데 이게 애기똥풀인 건 어떻게 알았어?"

"엄마가 가르쳐 줬잖아요. 1학년때..."

"그걸 아직 기억해?"

"응, 근데 이건 봄에 피는 건데...?"

"그러게,쟤는 지가 피어야 할 철도 모르고 철 없이 폈네."

"미친 거 아냐?"

그저께 아이랑 봤던 애기똥풀꽃이 밤 새 내린 매서운 추위를 어떻게 견뎌냈을지 굼금했다.
그래서 발걸음을 원룸촌 마을로 옮겼다.


마을 입구, 거대한 떡갈나무 아래 유난히 푸른 잎들이 많다.
애기똥풀이다.



그 들은 11월의 추위를 조롱이라도 하는 걸까?
여기저기 군락을 이뤄가며 그 철 없음을 자랑하고 있다.



"에고... 밤 새 안녕하셨쎄요?"라고 애기똥풀이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밤 새 너도 무사했는데 나라고 무사하지 않을 이유가 뭐 있다니?'



어디서 매캐한 냄새가 나서 둘러보니...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군불이라도 지피는 걸까?
산기슭에 위치한 작은 집 한 채가 세월의 흔적을 안고 고즈넉히 서있다.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은 풍경을 뒤로하고 집 근처 레포츠 공원에 다다랐을 즈음,
나는 또 다시 철 모르고 피어난 민들레를 본다.
그리고 토끼풀꽃도 본다.

'대체 요즘 것들은... 이렇게 철이 없어서야 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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