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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을 보고 있으려니 갑자기 생각나는 것이 있다.
때는 일천구백... 몇년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국민학교(나는 초등학교를 다니지 않았다.)4학년 어느 국어시간이었다.
그날 우리는 받아쓰기를 하고 있었는데
받아 쓸 구절을 불러 주시던 선생님께서 난데없이
"육지에 오르면 불.... 불.... 불살....." 하시면서 혼자서 더듬 거리시는 것이 아닌가?!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 쉬었다가 무언가를 입밖으로 내뱉을락 말락, 선생님은 한 참을 그렇게 더듬거렸다.
그 모습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진 나는 큰 소리로 말했다.
"선생님,왜 그러세요?"
"그게 말이다. 그게....."
선생님은 책을 보면서 뭔가를 열심히 읽으려고 하는데 끝끝내 그 구절은 입밖으로 흘러 나오지 않았다.
답답한 나는 걸상을 박차고 나가서 선생님 국어책을 낚아 채서는
"이 거요?"
"아니 그 밑에 줄..."
"육지에 올라 불살랏어야 할 것을?"
"응, 그래그래 그거.다들 들었재? 한 번만 더 읽어 봐라."
"육지에 올라 불살랏어야 할 것을~!"
그렇게 나는 발음이 꼬여버린 선생님을 대신해 반친구들에게 받아쓰기를 불러주고 들어왔었다.
"불살랏어야 할 것을~!"
내 자리로 들어오면서 선생님이 다시 그 구절을 읽고 또 읽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순신장군의 전기문 중에 있었던 구절같은데...
빨갛게 불타고 있는 단풍나무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려니 갑자기 그 생각이 불쑥 디밀고 나왔다.
'육지에 올라 불살랏어야 할 것을....'
26년도 더 된 기억이 지금에사 떠오르는 걸 보면 아마도 그때 나는 이 말이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셈, 읽기 연습좀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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