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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2011

서른아홉의 반항

by 서 련 2011.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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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드려서 책을 본다.

-습관처럼 라디오를 틀었다.지지직거리는 소리를 FM채널에 맞추었을 때 세상은 가을인데 슈베르트의 가곡 겨울나그네가 흘러나왔다.성문앞 우물 곁에 서 있는 보리수.나는 그 그늘 아래 단꿈을 보았네.먼지 쌓인 창틀을 닦아내거나 냉장고 안 촉이 떨어진 전등을 갈아끼우며 나는 그 노래를 들었다.가지에 희망의 말 새기어 놓고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찾아온 나무 밑.오늘 밤도 지나가네 모리수 밑을.가지는 흔드리며 말하는 것 같네,그대여,여기와서 안식을 찾으라. 전화선을 꽂고 머리를 감고 얼굴에 로션을 펴발랐다.『외딴방』,신경숙,문학동네,1999,111page -







책 속에서 슈베르트의 가곡 보리수와 소설속 그녀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섞이고 있다.
문득 보리수가 어떤 음악이었던가 궁금해져 컴퓨터를 켰다.
인터넷 창을 띄워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를 검색해 플레이를 눌렀다.
귀에 익은 피아노 선율에 맞춰 부드럽게 흘러 나오는 가곡을 들으며
아! 이 곡이 겨울 네그네의 보리수였구나 하며 다시 책장을 넘긴다.


지난 달, 삶이 내가 뜻하는 방향과는 무관하게 흘러나가는 것만 같아 반항하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그러나 서른 아홉 아줌마가 선택한 반항법은 그저 인터넷으로 소설책을 구매하는 것이었다.
-내 젊은 날의 숲, 소년을 위로해 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3분고전,엄마를 부탁해,-
소설책 4권과 인문교양서 1권을 지금 쓰여있는 순서대로 읽었다.
지금 생각하면 엄마를 부탁해를 제일 마지막으로 읽은 것이 참 다행이란 생각마저 든다.
그 소설을 읽고 난 후에 나는 다른 작가의 소설로 눈을 돌리지 않았을테니 말이다.
책을 읽는 내내 꺼이꺼이 서럽게 울던 나는 책장을 덮기가 무섭게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신경숙이란 작가의 소설책을 전부 클릭해서 장바구니에 넣어버렸다.
그리고 주저없이 주문을 했고 이태리 장인이 한땀한땀 수를 놓듯?^^*
소설책 한장한장을 소중히 넘기며 그녀의 문장을 헤집곤했다.

나는... 나는... 왜 진작에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을까?
조금더 일찍 그녀를 알았더라면 하는 애석함이
이제라도 그녀를 알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는 마음에 얹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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