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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2011

머지않아 봄이 올 거야.

by 서 련 2011.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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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근처,

인적이 드문 거리엔 아직도 며칠전에 내린 눈이 소복하게 쌓여있다.
추워도, 추워도 어떻게 이렇게 추운지
요즘은 생전 이렇게 추운 겨울이 없었던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날들이 많다.
그제보다 어제가 더 추웠고 어제보다 오늘이 더 추운날들.
이대로 겨울인 채로 시간마저 얼어버리고 따뜻한 봄날이 끝끝내 오지 않으려나도 싶었다.
하지만 봄이 오려는 흔적은 의외의 곳에서 불쑥 나타나곤 한다.





퇴근길,
마트에 장을 보려고 들렀다가 습관적으로 장바구니에 담았던 귤 한망.

주황색 망속엔 어린아이 주먹만한 귤이 오종종하게 담겨 있었다.
식탁위에 장본 것들을 꺼내 놓다 말고 나는 귤을 오종종한 모양으로 오종종하게 담고 있는
주황색 망을 가위로 툭 잘라 귤하나를 집어 들고 까기 시작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귤 껍질이 너무 단단해서 쉽게 까지지 않았는데
오늘 잡힌 귤은 예전 그 껍질의 단단했던 탄력을 잃어버리고
딱지처럼 더덕더덕 붙어 있어야 할 하얀 속 껍질도 어느 새 힘없이 무너지듯 벗겨지고 있었다.





홀라당, 순식간에 말간 오렌지빛을 띈 귤 한쪽을 입에 넣고 씹어보지만 
입안에서 알알이 새콤달콤하게 터지던 알갱이들은 이제 없다.
물컹한 뭔가에서 밀려나오듯 느껴지는 달작지근한 맛.
귤은 이제 그 예전의 귤이 아니다.

귤이 귤 고유의 맛을 잃어버리게 되면 머지않아 봄이 온다는 뜻일까?
대충 그렇게 해석하고 싶은 아주아주 추운 날.
이번 달에는 가스비가 얼마나 나오려나? 하는 생각을 하려다
곧 봄이 머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생각을 기울인다.
생각이 술잔도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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