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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에세이

아침을 준비하다.

by 서 련 2011.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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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는 이제 캐도 될까 싶게 여려보여서 캐지 않으려고 했으나 막상 캐놓고보니 그런대로 탐스러웠다.
냉이는 벌써 꽃대를 내놓고 하얀 꽃을 피운 것이 속속 눈에 띄었다.
하지만  파밭 고랑에 자리한 것들은 풋풋하고 여려보였다.

주말, 시댁 밭에서 캐온 것들을 꺼내 흙을 털고 물에 잘 씻어 건졌다.
다듬기가 힘들것 같아서 한두끼 먹을만큼 캐왔더니 얼마되진 않았다.



냉이 작은 것으로 한소쿠리 달래 한움큼
하지만 그것들을 씻어 다듬는데는 시간반은 족히 걸렸다.
주말연속극이 나오기전에 씻어 다듬기 시작했는데 연속극이 다 끝나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다듬기가 끝이났으니 말이다.
그 시간반 동안 나는 생각했다.
된장풀어 냉이된장국을 끓일까? 아니면 콩 갈아넣고 냉이콩국을 끓일까? 아니야 초고추장에 무쳐 먹는게 낫지 않을까?
냉이콩국을 끓일양으로 냉동실의 노란 대두를 꺼내 물에 불리면서도 갈등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사랑이란 그 말은 못해도 먼 곳에서 이렇게 바라만 보아도~~~♬♪~~"
휴대폰 알람으로 정해놓은 이승철의 '그런사람없습니다'를 가슴으로 들으며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밥솥에 밥을 앉히고 밤새 퉁퉁 불은 콩을 손바닥으로 살살 문질러 껍질을 대충 정리한 다음
한컵정도만 블랜더에 곱게 갈았다.





냄비에 갈은 콩을 넣고 물을 갈은 콩만큼 더 넣고 가스랜지위에서 끓이는데...



냄비 싸이즈가 작았는지 콩물이 넘쳐서 가스랜지가 엉망이 되었다.
엉망이 된 가스랜지를 행주로 닦아내고 조금 큰 냄비에 콩물을 옮겨 담았다.
아침부터 이게 왠 소란이람!

다시 끓기 시작한 콩국에 소금으로 간을 맞춘후, 냉이를 넣어 한소큼 더 끓여서 냉이콩국을 완성했다.



오늘은 죽대신 냉이콩국 한그릇으로 두둑하게 먹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런! 벌써 아이 깨울시간이 되어버렸다.
미역줄기볶음, 묵은 김장김치,시금치무침,직접구운김으로 조촐한 아침상을 준비했다.


 


며칠전에 시장에서 4천원주고 산 장미화분을 덤으로 조촐한 아침상에 올렸다.
나름대로 봄기운 물씬 풍기는 아침밥상이 되었다.


국을 끓이고 사진을 찍고 하느라 목욕물 틀어 놓은 걸 깜빡 했다.
뒤늦게 생각이나서 욕실로 달려갔더니 다행히 넘치지는 않았다. 정말 다행이다.

이제 아이 학교 보낼시간.
허리까지 오는 아이의 긴 생머리를 빗어 내린다.
찰랑거리는 검은 머리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날 것만 같다는 어느 소설가의 표현이 정말 이해가 되고도 남음이다.
어쩜 이렇게 탐스러운 머릿결을 가졌는지... 이런 건 나를 닮지 않아서 참 좋다.
반곱슬에 늘 푸석거리는 내 머릿결은 그야말로 구재불능인데 말이지.

머리카락이 너무 길어서 한뼘정도는 잘라도 될 것 같은데 아이는 질색한다.
머리카락이 뭐 대단한 보물인 것 마냥.
그런 걸 알면서도 오늘도 여전히 본전도 못 건질 말을 꺼내고야 말았다.
"머리 한 뼘만 자르자!"
"절~~~~때 안 돼!!"

머리카락을 자를새라 아이는 서둘어 책가방을 챙겨서 학교로 꽁무늬를 뺐다.
나도 이제 슬슬 씻고 출근할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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