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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에세이

보리싹 처리하기....

by 서 련 2011.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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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안에서 이슬 머금고 잘 자라던 보리.

입 짧은 고양이가 쳐다보지도 않길래 보리가 열릴 때까지 계속 키워야 하나
아니면 싹둑 잘라서 먹어야 하나 한 이틀 고민을 했나 보다.

그러다가 키 큰 보리가 자꾸만 옆으로 넘어져 지저분해 보이길래 먹기로 결정을 봤다.

 



먹으려면 뿌리째 먹어야 하나 싹만 싹둑 잘라먹어야 하나 생각하다가

이왕이면 뿌리까지 먹어보자 싶어서 보리싹을 휘어잡고 뽑았더니...
보리는 흙을 안고 필사적으로 뿌리를 뻗고 있었다.



휘휘 몰아쳐 바닥을 치고 다시 화분 위로 기어오르는 뿌리를 보니 왠지 섬찟해져서
보리를 다시 화분 속으로 밀어 넣고 싹만 잘라냈다.

 

 


뿌리와는 다르게 어린 보리싹은 여리고 여리게만 보였다.

보리싹을 넣고 된장찌개를 끓여 먹는다는 건 말로만 들어봤지 먹어본 적이 없는 나는
생전 처음 보리싹을 먹어보게 생겼다.
보리싹은 어떤 맛일까?



보리싹이 어떤 식감으로 다가올지 설레는 마음으로

쌀뜨물에 된장을 풀고 멸치 3마리와 무, 양파를 넣고 된장찌개를 끓였다.
무가 물러질 때까지 약한 불로 오래오래 끓이다가 청양고추와 마늘과 대파를 넣고
마지막으로 보리싹을 올려 한소끔 더 끓여 냈다.



보리싹은 어떤 맛일까?
너무너무 궁금해서 이제 막 숨이 죽어 실처럼 가늘어진 보리싹을 건져 입에 넣고 씹어봤다.
여리게만 보이던 것과는 달리 씹히는 맛이...
꼭 풀떼기를 씹는 것 같은 묘한 식감 뒤에 쌉싸름한 향기가 입안을 감돌더니 금방 사라져 버렸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쌉싸름한 맛, 그 맛을 느껴 보려고 보리싹을 또 건져 입에 넣었는데
역시 식감은 좋지 않다.
하지만 질기고 거친 식감 뒤를 따르는 그 쌉싸름하면서도 향긋한 끝 맛!
그것 하나는 과히 중독적이었다.

그 맛에 보리싹을 찾는 걸까?

다음번에는 보리씨를 좀 넉넉히 뿌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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