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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2011

계곡에서 살아 보기 - 휴가 후기

by 서 련 2011.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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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휴가때,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는 계곡에서 다슬기를 잡았었다.
유리로 된 다슬기판을 물위에 올리니 물살때문에 보이지 않던 다슬기들이 바위에 거멓게 붙어 있었다.
다슬기판을 통해서 본 물 속의 다슬기는 원래 크기보다 훨씬 커보였다.
집어 올린 다슬기가 너무 작아 번번히 물 속으로 놓아 주는 것을 여러번 반복하고 나니
어떤 크기의 다슬기를 잡아 할 지 감이왔다.
처음엔 돌 위에 붙어 있는 다슬기만 잡았었는데 잡다보니 돌을 들치게 되었고
들쳐진 돌에는 더 큰 다슬기가 붙어 있어거나 돌을 들쳐낸 모래 바닥에 묻혀 있었다.
잡아도 잡아도 끝없이 나오는 다슬기였지만 한 나절을 잡아도 1리터 반찬통을 가득채우지 못했다.
내리 이틀 물가에서 다슬기만 잡다 보니 슬슬 실증이 났다.

계곡물이 급하게 흐르다 커다란 돌 밑에서 잠시 모여 쉬어가는 곳은 마치 커다란 연못같다.
그래서 그런지 어릴때부터 어른들은 그 곳을 "쏘" 라고 불렀다.
쏘는 아마도 연못,늪 소(沼)의 소를 일컫는 말이지 싶다.
물이 목까지 차오르는 쏘에서 겁도 없이 잠수를 하고 노는 것이 여름방학의 유일한 낙인 딸아이가 
자기 발 밑에서 미꾸라지가 밟힌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미꾸라지가 아니라 퉁가리겠지."

물안경을 빌려 물속을 들어다보니 미꾸라지 만한 퉁가리가 아이들 발 밑에서 바글거리고 있었다.
반두로 피라미를 잡고 있는 애아빠에게 퉁가리좀 잡아 보라고 했더니
그것들이 모래 속으로 속속 파고드는지 영 잡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발밑에서 꼬물거리는 퉁가리는 먼 곳으로 달아나지 않았다.
손으로 잡을 수도 있을까?
물안경을 쓰고 잠수아닌 잠수를 해서 퉁가리를 손으로 잡아 보았다.
역시 미꾸라지처럼 손가락 사이를 쏙쏙 잘도 미끄러져 나가는 것이 맨 손으로는 역 부족이었다.
그렇게 한 참을 물에서 후적거리다보니 허기가 밀려왔다.
그래서 물가에 앉아 아이들이랑 올케가 삶아준 옥수수를 먹었다.

옥수수를 담아온 투명한 비닐봉투.
그것을 보니 퉁가리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알 것 같았다.
나는 옥수수를 먹다 말고 쑥을 뜯어 싹싹 비벼 귀를 막고 수경을 낀 다음
옥수수를 담았던 비닐봉투를 집어 들고 물 속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이 빠져 나간 쏘의 바닥엔 퉁가리들이 모래 사이에 머리를 쳐박고 바글거리고 있었다.
모래 사이에 머리를 쳐박고 있는 퉁가리를 향해 비닐봉지를 벌리고 살살 다가가 뒤집어 씌웠다.

비닐봉투 속에서 모래와 함께 꿈틀거리는 퉁가리!
고녀석을 필두로 모래 바닥에 비닐봉투를 씌우기가 무섭게 퉁가리는 줄줄이 잡혀 나왔다.

"왜 이렇게 신기하니?"

어린시절에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신기하고 재미있는 물고기 잡기는
옥수수를 담았던 비닐봉투가 찢어지고 나서야 끝이 났다.

기진맥진.
무언가에 몰두해서 힘을 써보기는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았다.

그렇게 잡은 퉁가리는 서른마리 남짓.

오후 5시, 해가 산너머로 넘어가고 계곡에 그늘이 드리워질때쯤
딸아이와 딸아이 외사촌들 그리고 우리는 물이 줄줄 흐르는 꼴을 하고 트럭 뒤에 실려 오들오들 떨면서
계곡에서 딸아이 외삼촌 집으로 세번째 퇴근?을 했다.

하루 종일 차갑고 축축한 상태로 있다가
따뜻한 물로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난 후의 그 뽀송뽀송함이란!

올케가 아이들 저녁 준비를 하는 동안 나는 산더미처럼 쌓인 젖은 옷에서 모래를 떨어내고
세탁기에 넣어 빨리를 돌린 후 오빠가 손질해준 퉁가리로 매운탕을 끓였다.

아이들 치닥거리가 끝난 이후에 시작되는 어른들만의 2차.
매운탕이 끓고 있는 평상위에 둘러 앉아 몇년 째 똑같은 이야기를 해도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새로운 것은 서로 떨어져 살며서 굶주렸던 정이
여름. 밤하늘의 별빛을 타고 소복하게 쌓였기 때문이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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