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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2011

팬티를 입고 있는 내복을 세탁기 속에서 꺼내며...

by 서 련 2011.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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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가 빨래 다 됐다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길래 갔었지.
큰 맘 먹고 빨래를 널어 주자 싶어서.
그런데 빨래 건조대에는 이틀 전에 빨아 널은 옷가지들이 질비하게 널려 있는 거야.
어제 걷어서 서랍장에 넣어 뒀어야 했는데...

일이 밀려 있으니까 왜 이렇게 하기 싫고 귀찮니?
하는 수 없이 다시 한 번 커~다란 마음을 먹고 빨래 건조대에 널린 옷을 모두 걷었어.

한아름 되는 옷을 안고 안방으로 가는데 참 갈등 되더라.
이걸 그냥 침대에 올려 놓고 빨래를 널 것인지 아니면
지금 몽땅 개어 넣고 빨래를 널 것인지가.

빨래는 너는 것도 싫지만 걷어서, 개어서 서랍장에 넣는 건 더더더 싫거든.
생각 같아서는 그냥 침대에 툭 던져 놓고 나오고 싶었는데 참았어.
후딱 정리를 해 놓지 않으면 일이 자꾸 늘어져서 하루종일 귀찮아질까봐.

일전에 빨래를 걷어서 그냥 침대 위에 올려 뒀다가 개는 걸 깜빡 잊어버린 적이 있었는데
그 날따라 일찍 들어온 애아빠가 그걸 치우지도 않고
그냥 그 옷가지들 위에 뭉개고 드러누워 코를 골고 있더라구.
한쪽으로 좀 치워 놓고 눕던가.
그날 뭉개진 옷가지들을 반듯하게 개느라 플러스 알파의 귀찮음이 있었드랬다.젠장.

그 일을 상기하며 침대에 걸터 앉아 옷을 개고 정리를해서 넣었어.
그리고는 빨래를 널러 갔지.
세탁기 뚜껑을 열어 옷을 하나씩 꺼내 탈탈 털어 옷걸이에 걸어
빨래 건조대에 다시 걸어놓고 옷 매무새를 펴가며 각을 잡았지.
다림질 할때 편하라고.

사실 그렇게 각을 딱 잡아 놓으면 웬만해선 다림질이 필요없을 정도로 반듯하게 마르는 편이야.
섬유린스 향기를 맡으며 빨래에 각을 잡고 있을 때는 말이지 촉촉하고 향긋한 것이 기분이 참 좋아져.

오늘은 빨래를 널다 세탁기 속에서 팬티를 입고 있는 내복을 발견했어.
딸내미가 목욕하면서 팬티랑 내복을 따로따로 벗어 놓지 않고
한꺼번에 훌러덩 벗어서는 세탁기에 던져 놨던 가봐.

뒤집어진 내복이 꼭 팬티를 입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
그 걸 보는 순간 슈퍼맨의 빨간 빤쓰가 생각이 나더라.
슈퍼맨은 왜 바지위에 팬티를 입을까요? 라고 어떤 개그맨이 묻던 말도 생각나고.

'빨간 팬티를 입고 있는 파란 바지? 깔깔...

'슈퍼맨도 옷 벗을때 바지랑 팬티를 같이 벗나봐?' 깔깔...

'좀 뒤집어서 입지.' 깔깔...

팬티를 입고 있는 딸아이의 내복을 각각 분리하고 뒤집어 옷걸이에 반듯하게 널다
웃기지도 않는 상상을 해가며 혼자서 깔깔 거렸어.
실성한 것 처럼...

오늘은 그렇게 미친 것 처럼 깔깔거리며 빨래를 널었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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