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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

개르세이 이야기, 와이 그리고 강이

by 서 련 2012.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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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남쪽나라가 그리워 찾았던 부산,
혹한의 날씨는 남쪽이라고 사정을 봐주진 않았다.
결혼전, 그곳에서 몇년을 살았어도 겨울이 그렇게 추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시절의 기억만을 간직한 채 대면한 그 곳의 겨울은 DG게 추웠던 이 곳의 겨울 그 이상으로 추웠다.
너무 추워서 밖에 나갈 엄두도 못 내고 집안에서만 기거 하다가 집으로 돌아 왔었다.

집으로 돌아오기 전 날,
가지고 갔던 카메라에 흔적이라도 남기자 싶어 찍어 뒀던 사진이 있다.
불만 가득한 얼굴로 주둥이를 내밀고 있는 강이와 귀찮은지 하품만 해대는 와이.

강아지 두마리가 마당에서 얼어 죽을 새라
큰언니는 현관 앞 처마끝에 샤시문을 달아 아예 베란다를 만들어 버렸고 
그것도 모자라 그 안에 강아지 전용 텐트까지 들여 놓아서 사람이 자도 얼어죽지 않게끔 되어있었다.
그 덕에 전혀 추워보이지 않았지만 밖에서 겨울을 나고있는 개르세이 두 마리가 언니는 자꾸만 불쌍한가 보았다.

안짱다리의 주걱턱을 한 억수로 못 생긴 강아지, 별이를 사고로 잃어버렸던 언니는
시아버지 돌아가셨을 때도 하지 않았던 대성통곡을 했다 했다.
그 후로 다시는 개르세이한테 정을 주지 않겠다고 하더니
그때 보니 벌써 정이 들대로 들어서 더 줄 정도 없지 싶었다.



이제 갓 세살이 된 Y(와이)는 별명이 하나 생겼다.
황금 돼지.
누런 털이 황금색을 닮고 꼬리 없는 뚱뚱한 엉덩이가 돼지 같다고 우리 딸이 지어준 별명이다.
하루 종일 황금돼지를 찾으며 베란다 문을 열어 놓는 통에 며칠 있는 동안
문 닫아라! 하는 소리를 입에 달고 있어야 했던 기억이 사진을 보고 있으려니 물끄러미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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