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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

그레이스 옥의 일기 - 고양이, 헤어볼을 토하다.

by 서 련 2012.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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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의 일상은 늘 바빴다.

어제도 바빴고 오늘도 바쁘고 내일도 바쁠 것이다.

뭐가 그렇게 바쁜지 요즘은 말을 섞을 시간도 없고

빗질 해주는 시간도 없나보다.

 

뭐 바쁘다고 하는데 어떡해?

하녀가 빗질을 안 해주면 나라도 그루밍을 하는 수 밖에....

그래서 나는 요즘 그루밍을 전 보다 더 열심히 한다.

어제도 했고 오늘도 하고 내일도 할 것이다.

요즘은 하루에도 열 두번은 그루밍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루밍은 다 좋은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헤어볼(hairball)...

 

오늘 아침, 마침 속이 거북해서 내 앙증맞은 선홍색깔 혀를 쏙 빼고 헛구역질을 하고 있던 참이었는데

뱃속에서 동그란 뭔가가 토해졌다.

백옥같이 하얀 털이 뱃속에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진 털뭉치.

그 말로만 듣던 헤어볼이 나에게도 있을 줄이야!

 

"야! 너 왜 그래? 어째 사료를 많이 먹더라 했어!"

 

하녀는 내가 요즘들어 밥을 많이 먹어서 소화불량으로 토한 줄 아나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게 뭐야? 털인가? 그 말로만 듣던 헤어볼?"

 

내 토사물을 주의깊게 바라 보던 하녀는 내가 토해낸 것이 바로 헤어볼이라는 걸 알아 차렸다.

 

"그러게 그루밍 좀 작작하라니까!"

 

"쳇! 빗질도 안 해준 게 누군데옹... 왜 뻑하면 나보고 성질이냐옹! 확~ 물어버릴까 보다옹!"

 

"이~~게 어~디서 잘했다고 야옹질이야~!"

 

하긴 바쁜 일상 속에 내 똥치워주랴 목욕 시켜주랴 사료 챙겨주랴 이렇게 토사물까지 치워주랴 하녀는 힘들기도 하겠다.

그러나 이 번에 헤어볼을 토한 일은 참 잘 한 일 같다.

그 덕에 하녀로부터 앞으로의 잦은 스킨십과 빗질을 약속 받았으니 말이다.

성질은 개떡같지만 그래도 나를 챙겨주는 건 하녀밖에 없는 것 같으니

이제 그루밍은 좀 자제 하고 적당히 보채며 살아야겠다.

 

-2012년 6월 13일 그레이스 옥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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