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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오거나 말거나
한가하게 낮잠에 열중인 집고양이.
어릴적 시골 집에 살던 까만고양이 에노는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쥐 사냥을 뒤로한 채
뒤란 굴뚝 아래에 똬리를 틀고 앉아 꾸벅꾸벅 졸았었다.
산골에 비가 내리면 모든 것이 눅눅하고 싸늘하다.
눅눅한 재 냄새가 가득한 아궁이에 장작불로 군불을 지피면
싸늘하던 구들장이 서서히 따뜻해졌고
뒤란 굴뚝아래 흙바닥도 따뜻하지곤 했다.
그 뒤란 굴뚝아래서 나의 까만 고양이 에노는
매케한 연기를 견뎌내며 폭우치는 여름을 보냈었다.
그 해로부터 서른 해가 지나고
내 식탁 의자 위엔 털복숭이 하얀 고양이가 몸을 웅크리고 낮잠을 잔다.
낮잠 자는 하얀 고양이 얼굴위로
그 시절의 까만 고양이 에노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태풍이
낮잠 자는 고양이들 처럼 고요하게
지나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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