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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

상술이 빚어낸 언어도단

by 서 련 2016.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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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에 갔었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반시간을 걸었다.

쌀쌀한 날씨 탓에 일찍 파장이 시작되고 있었다.

딸기 두팩과 곰피 미역 두단을 샀다.

 

곰피 미역이 석단에 5천원이라고 했다.

 5천원을 건네고 잠깐 한눈을 팔다가 미역을 받아 들었는데 양이 너무 적었다.

'이게 석단이 맞나?'

아무리 생각해도  석단이 들어간 부피는 아니었다.

봉지 안에 들어간 미역이 석단이 맞냐고 물어 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미역 파는 아주머니는 매운 날씨에 그 흔한 면장갑하나 끼고 있지 않았다.

젖은 곰피 미역을 검은 비닐봉지에 담는 아주머니의 손을

매섭게 휩쓸고 지나가는 바람이 내 입을 다물게 했던 것이다.

'석단이겠지.'

 

집으로 오는 길에 아는 녀석들을 만났다.

"잘 지내시죠?"

"그럼 잘 지내지."

반가운 웃음으로 인사를 하고 헤어지는데 난 아직도 그 상황이 너무 어색하다.

이런 걸 나는 지독한 사람 알르레기라 부른다.

마음 속에 두덕두덕 돋아났던 사람 알레르기는

집에 들어서고 한참이 지나서야 가라앉았다.

 

'곰피 미역을 데쳐야지?'

검은 비닐봉지에 담긴 곰피미역을 싱크대에 쏟아 부었다.

미역단은 노란 고무줄로 묶여 있었다.

'한 단, 두 단... 어라? 한 단이 어디갔지?' 

한단은 끝내 봉지에서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두 단밖에 담지 않았는데 석단이 나올리 없지 않겠나?

발걸음을 제촉하던 매운 바람때문에 내 아까운 곰피미역 한 단이 날아갔다.

그런데

미역 한 단이 날아가길 잘 한 것 같다.

씻어서 데치려고 보니 어마어마 하게 많은 양이었다.

2천원짜리 한 단만 사도 충분한 걸 나는 왜 그렇게 많이도 샀던가?

결국 천원 벌자고 3천원을 더 썼다는 소리다.

그래서 2천원 손해 봤고,

미역 한단이 덜 들어 왔으니 2천원에 2천원을 더해 총 4천원을 손해봤다는 소린가?

결론적으로는 2천원짜리 곰피미역 두단을 5천원을 주고 샀으니 천원만 손해본거잖아?

그렇지만 나는 4천원을 손해본게 맞다.

상술이 빚어낸 어불성설에 언어도단이다.

막 헷갈린다.

그래서 그런지 곰피 미역맛도 전 같지 않았다.

딸기 맛도 전 같지 않았다.

 

찬 바람 부는 날엔 장에 나가지 말아야겠다.

겨우 천원짜리 한장으로 사람 막 헷갈리게 만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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