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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

오래전 아버지의 멍에

by 서 련 2020.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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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경북 봉화 (후지 finepix f700)



3월. 그 옛날 밭갈이가 시작되는 계절이 오면
아버지는 코뚜레를 낀 소의 목에
멍에를 얹어 쟁기를 끌며 하루 종일 밭을 갈았다.

아버지는 연신 "이랴 ~" 소리를 냈고
소리의 높낮이와 강약을 조절하며 소를 부렸다.

소가 한눈을 팔며 말을 잘 듣지 않을 땐
아버지의 이랴 소리는 크고 높아 졌고
또 소가 지치나 싶으면
아버지의 이랴 소리는 작고 낮아졌다.

그 옛날 아버지는 서른 마지기 밭에
이랑을 내려고 얼마나 많이 움직여야 했을까?
가장이라는 무거운 멍에를 짊어지고
얼마나 많은 날을 하염없이 그 길을 걸어야 했을까?

3월이 오면
밭갈이 철만 돌아오면
비탈 밭에서 이랴를 외치며 밭을 갈던,
그 좋아하던 땅이 되어버린 아버지가 생각난다.

3월,
한 때 아버지의 멍에였던 나는
부모라는 멍에를 쓴 채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있다.

내가 지금 짊어지고 있는 이 멍에가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다는 걸
나는 불혹이 넘어서 겨우 알았다.

생각해보면 지금 나보다 훨씬 어렸던
그 예전의 아버지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2008년 경북 봉화 (후지 finepix f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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