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오빠가 산에서 캐다준 자연산 더덕으로 술을 담갔다.
1.8리터 들이 캐니스터에 저렇게 들어갈 정도로 크려면 몇 년이나 커야 할까?
뇌두를 보면 몇 살인지 안다고 하는데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몇 년 정도 된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걸 몰라도 먹는 데는 지장이 없다.
껍질 벗겨서 고추장 발라 먹으려고 하는데 남편이 아깝다고 담금주로 담갔다.
사실 그게 더 아까운 거 아닌가?
저렇게 술에 담가버리면 사실상 더덕은 먹지도 못 하고 결국엔 버려야 하는 건데 말이다.
자연산 더덕을 먹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놓쳐버렸다.
저 정도면 한 접시는 족히 나올 법한데 말이지.
아끼다 똥 된다는 옛 말이 맞다.
지금이라도 꺼내서 확 까서 먹어버릴까? 아직 하루도 안 지났는데?
귀찮다. 요즘은 뭘 해도 귀찮다. 벌써 갱년기가 왔는지 아무것도 하기 싫다.
갑자기 그 생각이 난다. 7살짜리 애기가 책상에 엎드려서
"아무것도 하기 싫다." 그러면서 한 숨을 푹푹 쉬던 웃픈 생각이.
평소 그 아이 엄마가 그 소릴 얼마나 자주 하면 애가 그럴까 싶어서 안쓰럽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
뭐 하다가 이야기가 이렇게 옆으로 샜나?
요즘 비공개로 돌려놨던 2004년 일기를 다른 블로그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추억은 낙엽처럼... 2004의 노트를 오늘까지 서른 일곱 개 옮겨 썼다.
그때의 일기를 읽으면서 전혀 기억나지 않는 일도 있다. 또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나는 그저 똑같은 하루를 살고 있었다라고만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귀찮다는 생각이 뿌리를 내리기 전에 또다시 정성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보자.
♥ 서 련의 자성적 예언 ♥
첫 번째: 내 자유로운 영혼에 날개를 달아 주리라.
두 번째: 생을 향한 긍정만이 정녕 나를 자유롭게 하리라.
무기력한 정신이 온몸을 지배하기 전에 또다시 정성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보자.
자유로운 영혼에 날개를 달아주며 생을 긍정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하루를 그리고 또 하루를 견뎌보자.
힘내라 곰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