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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

단풍도 깊어지고 생각도 깊어지다.

by 서 련 2020.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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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속도로 지나가는 휴일을 알차게 보내고자 아침 일찍 일어났다. 양치하고 세수하고 화장을 하고 머리를 질끈 묶고 외출복으로 갈아 입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회사 근처에 LPG주유소가 없어서 휴일에 미리미리 가스충전을 해 놓아야한다. 주유소 맞은편에 대형 마트가 있어서 가는길에 장도 볼겸 길을 나섰다.
가스를 넣고 쿠폰으로 세차를 하고 장을 봤다.

딸램씨가 월남쌈이 먹고 싶다고 한게 기억이 나서 라이스 페이퍼와 야채를 카트에 담고 장조림용 계란과 돼지고기도 담았다. 상품성이 다소 떨어지는 예산 사과도 한 박스 카트에 넣고 보니 카트가 꽉찼다.
트렁크에 식재료를 가득 싣고 집으로 가는데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눈을 떴는데 마누라가 없어져서 전화를 한 것 같다. 또 아침부터 배가 고픈가 보다. 이제는 남편이 그러던지 말던지 물들어가는 단풍을 여유롭게 바라보다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 들어와 식재료를 정리하고 음식을 만들었다.
갖은 야채와 사과를 채썰고 고기를 볶아 월남쌈을 만들어 딸램씨 먹거리를 만들고 월남쌈 싫어하는 남편에겐 김밥 두어 줄 말아주고 커다란 고구마 하나를 채썰어 기름에 튀겨 고구마스틱도 만들었다.
그러고 나니 오후가 되었다.
모바일 TV에서 영화 한편 다운 받아 느긋하게 보다가 저녁에는 계란과 돼지고기를 삶아 장조림을 만들어 놓고 나의 일과를 마쳤다.

토요일은 늙은 호박을 깎아 호박죽을 끓이느라 하루가 갔고 일요일도 이렇게 씽크대 앞에서 음식을 하느라 하루를 다 보냈다. 이쯤되면... 나는 음식 하는걸 즐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싫다 지겹다 하면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씽크대 앞에 서서 식재료를 다듬고 준비하는 걸 보면 말이다.
정말 그런 건 아닐까?
음... 이참에 생각을 좀 깊이 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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