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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에세이

쌀과 누룽지

by 서 련 2022.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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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농사를 짓는 지인이 있어 가끔씩 눈 먼 쌀이 넝쿨째 굴러 오곤 한다.
작년엔 그 쌀로 가래떡을 뽑아 여기저기 인심을 썼었다. 이 번에도 떡방앗간에 들러 가래떡을 뽑을까 하다가 그만 뒀다.
집에서 음식을 자주 해먹지 않는 사람에게 먹거리 선물은 자칫 반갑지 않을 수도 있기때문이다.
나 역시 주로 잡곡을 많이 먹다보니 그 눈 먼 쌀이 그닥 반갑지만은 않았다.


낼 부터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고 머지않아 봄이 온다고 하는데 창고에 두 달 째 방치되어 있는 쌀을 보자니 마음이 무거웠다.

일단 쌀을 김치 냉장고에 넣을 만큼 넣어 두고 남은 쌀로 쌀밥을 잔뜩 짓기 시작했다.
그 밥으로 누룽지를 만들어 냉동실에 차곡차곡 쌓아둘 생각이었다.

'하루에 한 판 씩 에프(에어 프라이어)에 누룽지를 만들어 보관용기에 넣어두면 나중에 요긴하게 쓰이겠지?'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누룽지는 좀처럼 남아나질 않았다.

누룽지는 에프에서 나오기가 무섭게 식구들 각자의 입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뭐야, 왜 이렇게 맛있는 거야!"

그냥 먹어도 맛있고 물 붓고 끓여 먹어도 맛있고...
며칠 누룽지만 먹고 살았더니 이제야 슬슬 누룽지가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주말이 되었으니 또 쌀 밥을 잔뜩해서 누룽지를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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