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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

자기 일에 집중하는 아름다움

by 서 련 2022.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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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갔었다.
미루고 미루다가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서 병원에 전화를 했다.
내가 가는 병원은 검강검진 예약을 받지 않는다.
그걸 알면서도 혹시나 규정이 변경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그냥 내 생각일 뿐이었다.
"예약 안 하셔도 되구요, 10시간 공복 상태로 나오세요."
친절한 목소리가 끊기고 문자 한 통이 왔다.
병원 진료시간 안내가 담긴 문자였다.
'참 친절하기도 하지...'
그 병원은 유독 그렇게 친절한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병원에 가는 것을 자꾸 미루고 뜸을 들였다.
아마도 내 무의식이 병원을 싫어해서 생긴 일이었나 보다.
병원의 친절한 응대는 병원에 가기 싫다며 잠들어 있던 내 무의식을 살살 흔들어 깨워줬다.
일단 공복 상태로 병원에 가는 것은 성공했다.
하지만 건강검진을 받으러 온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대기 시간이 길어졌다.
대기 시간은 무려 1시간 30분이었다.
와우~
내 앞에 오신 어르신 한 분이 간호사에게 짜증을 내며 집에 가겠다고 했다.
그러자 간호사는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는 모습으로 어르신을 차분히 설득했다.
어르신은 곧 수긍을 했고 어르신 때문에 멈춰졌던 일들은 곧바로 진행되었다.
나는 그렇게 1시간 30분 내내 병원 사람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모든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차분함과 친절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그래, 최선이라기보다는 집중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자신들의 일에 집중하는 모습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기다림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모든 검진을 마치고 나는 정말 감사한 마음을 담뿍 담아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하고 병원을 나왔다.

요즘들어 감사에 관한, 아름다움에 관한, 또는 전에는 생각할수도 없던 가치들에 대해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 또한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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