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자기 송이버섯이 먹고 싶어졌다.
어릴 땐 가을만 되면 흔하게 먹을 수 있는 버섯이었는데...
동네 마트에서는 구경조차 할 수 없는 귀한 버섯이라 추억만 할 뿐이다.
아버지는 늘 가을만 되면 뒷산에서 배낭이 가득하도록 송이버섯을 따오셨다. 선별 작업이 끝나면 갓이 퍼져 상품성이 없는 송이를 한 바구니씩 내놓으시곤 했다.
송이가 자라서 갓이 퍼지면 그 크기가 참 대단하다.
갓의 지름이 보통 20센티 정도는 되니 송이 한 송이만 볶아도 대 가족이 충분히 먹을 수 있었다.
아버지는 엄마가 송이버섯을 넣고 끓인 고등어 국을 좋아하셨다. 애호박과 청양고추를 넣고 볶은 송이버섯볶음도 좋아하셨다.
그 시절 나는 그게 왜 그렇게 싫었던지... 그 향기롭다는 송이버섯 냄새도 너무 싫었다.
그랬었는데...
내가 그 시절 아버지의 나이가 되고 보니 문득문득 그 싫었던 송이버섯 향기가 너무 그립다.

그렇지만... 꿩 대신 닭이라고 했다.
우리 동네 마트엔 송이버섯은 없지만 볶았을 때 송이버섯이랑 맛과 향이 조금, 얼추 조금 비슷한 표고버섯이 있었다.
추억의 향기를 소환할 누드 애호박 하나와 슬라이스 표고버섯 한 팩이다.

슬라이스 된 표고버섯을 잘 씻어서 물기를 꽉 짜서 준비한다.
버섯에 물이 닿으면 금세 물을 빨아들여 물 먹은 버섯이 된다고 세척을 건너뛰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물질은 반드시 잘 씻어내자.
물 먹은 버섯은 손으로 꼭~짜면 되니 겁먹지 말고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누드 애호박도 잘 씻어서 배를 가른 다음 어슷썰기 해 놓고

후라이팬에 파기름을 낸다.

반달 썬 애호박을 넣고

손질한 표고버섯을 넣은 다음 맛소금으로 간을 하고 다진 마늘을 넣고 살짝 볶는다.

그럭저럭 송이버섯의 향기가 얼핏 얼핏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