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푸드 에세이

야채 볶음밥이 오므라이스가 된 사연

by 서 련 2011. 5. 20.
728x90
반응형
 
 


김치 썰고 남은 고갱이, 먹자니 맛이 없고 버리자니 아까워서 통에 따로 담아 놨었다.
냉장고 정리하다가 보니 쓰고 남은 자투리 야채가 있길래 배추고갱이 썰어 넣고 볶음밥을 만들면 되겠다 싶었다.

배추김치 고갱이,파프리카,감자,양파,파를 볶음밥하기 적당한 크기로 썰어 둔 후,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제일 더디 익는 감자부터 넣어 볶기 시작했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춘 감자가 살짝 익은 후에 김치,양파,파프리카,파를 넣어 볶다가
감자가 다 익을 무렵 밥을 넣어 야채 볶음밥을 완성했다.



 
 


접시에 예쁘게 담아 야채 볶음밥을 담아 저녁상을 차리려는 순간,

"엄마, 나는 오므라이스!"

포샵으로 열심히 그림을 그리던 딸아이가 저는 오므라이스를 꼭 먹어야 겠단다.

볶음밥이 싱겁게 되지만 않았어도
"그냥 쳐무~" 하며 퍼주는 건데 사실 좀 싱겁게 만들어져서 소금을 더 넣을까 말까 고민중이었다.

그래서 작은 후라이팬에 계란 하나를 잘 풀어 지단을 부쳤다.



 
 

계란 지단이 거의 익을 무렵 가스불을 끄고
계란 지단 위에 야채볶음밥 1인분 정도 올려서 후라이팬을 접시에 엎었다.



 
 


후라이팬으로 오므라이스 모양을 대충 잡은 다음 케챱을 뿌렸는데

누구 엄마는 케챱으로 이름도 써주고 하트도 그려주고 한다는데 나는 그게 영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

"케챱은 니가 뿌려 먹어!"
"엄마, 제가 지금 쪼끔 바쁘거든요. 아무렇게나 뿌려 주세요."


케챱병을 꾹꾹 눌러 계란위에 캐챱을 대충대충 뿌려서 오므라이스를 완성해서 딸아이게 주고
나는 그냥 싱거운 야채볶음밥을 고추장에 비벼 먹었다.

"엄마는 왜 그렇게 먹어요?"

볶음밥을 고추장에 비벼먹는 모습을 지켜보던 딸아이가
엄마는 기껏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서 왜 그렇게 맛없게 먹느냐는 투로 말했다.

너도 한 번 먹어 봐라. 인생의 매운맛이 쓰나미처럼 밀려올테니.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