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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

여유로운 한 때

by 서 련 2021.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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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남편이 추어탕을 끓여주겠다고 해서 본가로 들어갔다. 남편은 살아서 펄떡거리는 미꾸라지 1kg을 샀고 나는 마끈과 코바늘을 샀다.
남편이 추어탕을 만드는 사이 나는 평상에 앉아 한가로이 뜨개질을 하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본가에 도착하자마자 시래기도 삶아야 했고 마늘도 까야했고 부추도 다듬어서 씻어야 했고 국수사리도 삶아야 했다.

남편의 "내가 다 할게."라는 말은 미꾸라지를 잡아서 삶는 것 까지, 딱 거기까지 자기가 다한다는 말이었다.

그래도 그게 어디야...

그렇게 토요일은 추어탕과 함께 사라졌다.

일요일 오전.
본가 마당가에 줄기 꽂이로 삽목해놨던 감국이 어느새 자라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맥주 페트병 주둥이를 날리고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감국을 꺾어서 꽂았더니 근사한 꽃병이 되었다.

아찔한 꽃향기에 벌과 나비가 몰려들었다.

평상 앞에 화사한 꽃병을 놓아두고 어제 미처 하지 못한 뜨개질을 시작했다.
3mm 마끈과 6호 코바늘로 냄비 받침대를 뜨기 시작했다.

3번째 단에서 코를 더 만드는 바람에 망쳐서 다시 풀어 뜨는데 팔이 너무 아파서
"아이, 다리야!"하고 평상에 벌러덩 드러누워 버렸다.
팔이 아픈데 왜 다리를 외쳤을까?
요즘 자주 이런다.
나이를 먹은 탓일까?

드러누운 김에 깨톡 확인하다가 사진을 찍었는데...
발꼬락 등장!

발꼬락을 퇴장시키고 다시 찍어보니 어제 남편이 미꾸라지를 삶은 양은솥이 등장했다.
그렇게 여유로운 한 때를 사진으로 남겼다.

뻣뻣한 마끈으로 한 땀 한 땀... 은 아니고 걍~ 휘리릭 뜬 냄비 받침대다.
뜰 때 보니 마끈에서 자잘한 뽀시래기들이 너무 많이 떨어졌다.
식탁에서 사용하기엔 위생상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아서 다육화분을 올려놓기로 했다.

냄비받침대가 아니고 화분 받침대!

다음번엔 직사각형으로 크게 떠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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