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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에세이

머위 반찬 만들기 - 참 수고로운 한끼

by 서 련 2022.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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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속에서 스스로 군락을 이뤄 자라난 야생 머위다.
나는 두 손으로 감싸 쥘 수 있는 크기로 한 단을 생각했는데 남편 기준의 한 단은 두 팔로 감싸 안을 정도의 크기였나 보다.
집에 와서 자루에 담긴 머위를 꺼내 바닥에 펼쳐두고 보니 그 양이 어마무시했다.


크기별로 선별 작업을 하고 들통에 한 번 삶을 만큼 나눠서 단을 묶었더니 4단 정도 나왔다.

먼저 한 단만 아래 위로 조금씩 잘라 내고 끓는 물에 넣었다. 이때 굵은 아랫부분을 먼저 넣어야겠지?
들통 뚜껑이 닫힐 때까지 살짝살짝 눌러줬다.

굵은 정도에 따라 삶는 시간도 달라지겠지만
새끼손가락 굵기의 머윗대는 한 10분 정도 삶으면 적당할 듯했다.

잘 삶아진 머윗대를 찬물에 여러 번 헹궈 식혀서

껍질을  벗겼다.

껍질 벗긴 머위는 통으로 먹어도 되지만 머윗대에 간이 잘 베지 않아 맛이 덜하다.
그래서 껍질 벗긴 머윗대는 항상 배를 갈랐다.

한 번 갈라 적당히 자르고 채반에 담으니 두 번 조리할 양이되었다.
선별 작업부터 시작해 조리 전 과정까지 걸린 시간만 두 시간이 넘었다. 손이 너무 많이 간다.
아직 삶고 껍질을 벗겨야 할 머위가 3단이 더 있다.

생머윗대를 나눠 줄 데가 없을까?
일을 떠넘길 꼼수를 부려 보지만 애석하게도 내 주위엔 생 머윗대를 조리 전 과정까지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각설하고...
이제 반찬을 만들어 보자.

예열한 웍에 카놀라유를 넉넉히 두르고 대파를 볶아서 파 기름을 내야 하는데..
헐~ 냉장고에 대파가 없다.

요즘 대파는 꽃대가 있어서 맛이 없어 잘 안 사게 된다.

하지만 대파가 없으면 양파로 하면 된다.
생각해보니 머위의 쌉싸름한 맛을 중화시키기엔 대파보다 양파가 더 나을 것 같다.

양파가 향긋한 향을 내며 볶아지면 손질해둔 머위를 넣고 달달 볶다가 간장, 소금, 설탕 한 꼬집으로 간을 하고 고춧가루를 얼큰하게 뿌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한 가지!
바로 다진 마늘 되겠다.
다진 마늘을 넣는 순간 마늘향과 머위 향이 어우러져 머위 반찬 특유의 맛있는 향이 한순간에 폭발을 한다.

이 순간을 위해 나는 두 시간을 달렸다ㅠㅠ

오늘 아침은 애호박 넣고 된장찌개 바글바글 끓여서 머위 반찬 놓고 맛있게 먹었다.
쌉싸름한 머위 향이 아직도 주위를 맴돈다.

2011년의 머윗대 덮밥: https://narzissgun.tistory.com/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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