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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에세이

늙은 오이(노각) 무침 만들기

by 서 련 2022.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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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키운 날씬하고 길쭉한 늙은 오이 한다라

 

필러로 껍질을 벗기고 배를 갈라 숟가락으로 속을 파낸다.

 

과도로 가늘고 길게 잘라 노각채를 만든다.

 

 

노각채에 대파를 썰어 넣고 고추장과 마늘을 넣고 버무린다.

 

추가 양념으로 후추가루, 올리고당, 까나리액젓, 참기름, 통깨를 아낌없이 넣고 다시 버무린다.

껍질을 벗겨 속을 파낸 노각(늙은 오이)을 도마에 놓고 납작하게 썰면 시간도 절약하고 노동력도 줄일 수 있는데 남편은 노각을 그렇게 만들면 맛이 없단다.
노각은 뭐니뭐니 해도 가늘고 길게 모양을 뽑아서 만들어야 제맛이라며 한사코 과도를 손에 잡고 노각을 자르기 시작했다.
도마에 놓고 칼로 썰면 10분도 채 걸리지 않을 일을 남편은 고집인지 집착인지 뭔지 모를 알 수 없는 장인정신을 발휘하며 무려 3시간을 식탁 앞에 앉아 노각을 다듬었다.

나한테 손질을 맡기면 동글 납작한 노각 무침이 나올까봐 노각 손질은 항상 남편이 하는 편이다.

시골 집에 늙은 오이가 열리기 시작하면서 부터 남편은 일주일에 한 번 저렇게 노각을 다듬고 있다.
요양원에 계시는 아버님한테도 벌써 3번이나 노각무침을 보냈다.
아버님도 노각무침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올 여름 노각 무침을 하느라 지난 겨울에 담근 고추장 한 단지가 벌써 동이나고 있다.
하긴 오이도 이젠 열리지 않으니 저 것이 마지막 노각무침이 될 것 같다.

지긋지긋한 노각무침...

만드는 건 성가시고 귀찮은데 그 맛은 의외로 질리지 않는다. 고추장과 오이가 만나면 특유한 맛과 향을 내는데 그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면 이상하게 참 좋다.
어린 시절 밥투정 하는 딸내미한테 찬물에 고추장 풀어서 밥 한 술 말아 떠먹여 주시던 엄마 생각이 나기도 한다.

국물이 자작한 노각무침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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