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푸드 에세이

수제비 만들기 - 남편의 MSG 사랑

by 서 련 2022. 10. 28.
728x90
반응형

목요일 저녁
갑자기, 문득,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었다.
먼저 퇴근한 남편에게 오늘 저녁은 칼국수가 어떠냐고 물었더니 낮에 먹었단다.
쳇...
그래도 나는 칼국수가 먹고 싶으니 칼국수 면을 좀 사 오라고 했더니 싫단다.
쳇...
집에 들어 오면 다시 밖으로 나가기 싫은 건 남편도 마찬가지 인가 보다.
인정...
나는 할 수 없이 밀가루를 꺼내 반죽을 시작했다.
홍두깨로 반죽을 밀어 칼국수를 만드려고... 그런데 뭐가 엄청 귀찮아지는 거다.
그래서 칼국수 말고 수제비를 하기로 결정했다.
쉽게 쉽게 가자...
남편은 내가 밀가루 반죽을 하는 내내 낮에 먹었던 칼국수가 얼마나 맛이 없었는지 미주알고주알 까발리기 시작했다.
남편이 점심에 들렀던 칼국수 집은 얼마 전 아는 선배가 개업을 한 곳이다.
가끔 그곳에 들러 점심을 먹곤 하는데 그때마다 남편은 그 집 쥔장의 손 맛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했다.
칼국수 집을 차린 선배는 MSG를 쓰지 않는다고 했고
남편은 선배가 왜 MSG를 쓰지 않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식당에서 MSG를 안 쓴다는 말을 믿어? 맛이 없는 건 조미료의 문제가 아니야. 그건 그냥 음식을 못 하는 거지. 그리고... "
나는 덧붙여 한 마디 하려다가 말았다.
남편에게 하려다 만 한 마디는 '입 맛이 어지간히 까탈스러워야지...'였다.
까다로운 입 맛을 지닌 남편은 자신이 그런 줄 모른다.

그럼... 지금부터 까다로운 주둥이 보유자를 위해 수제비를 떠 보자.

먼저 멸치 육수부터 만들어 볼까?
♧멸치 육수 만들기♧
커다란 냄비에 물(2리터)을 붓고 무(1센티 두께로 2~3쪽), 양파(반 개), 대파(1대), 통마늘(4~5쪽)을 넣고 물이 끓기 시작하면 육수용 멸치 한 줌을 넣고 중불에서 10분 정도 끓이다가 다시마를 넣고 불을 끈다.
육수가 식으면 모든 재료를 건져내고 소분해서 냉장고에 쟁여둔다.
다시마는 버리지 말고 채 썰어서 고명으로 활용하면 좋다.


수제비 재료

수제비에 들어갈 재료를 스캔해보니 감자, 애호박, 대파가 있다.

육수에서 건진 다시마는 채 썰고, 감자는 껍질을 까고 8등분 한다.
애호박은 납작하게 썰고 대파는 송송 썰어 준비해 둔다.

멸치 육수에 까나리 액젓과 소금으로 간을 하고 간장을 조금 넣어 국물의 색을 낸다.
그리고 남편의 영원한 사랑 '고향의 맛 다시다' 쬐끔(1 티스푼) 투하!

육수가 끓기 시작하면 손에 식용유를 묻혀 밀가루 반죽을 얇게 떠서 넣는다.
밀가루 반죽이 손에 들러붙지 않게 하려면 냉장고에서 3~4 시간 숙성을 거치면 된다.
냉장고에서 숙성을 거치면 식감도 더 쫄깃하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수제비를 다 떠 넣었으면 감자를 넣고 보글보글 끓인다.

감자가 어느 정도 익을 무렵 썰어 놓은 애호박과 대파와 다시마를 넣고 한 소금 끓인다.

계란 하나 풀어서 준비하시고...

다진 마늘, 참기름, 후추를 넣고 한 소큼 끓인 후 풀어놓은 계란을 넣는다.

얼큰한 수제비

내 껀...국물 많이... 베트남 땡초 하나 뿌실러 넣고 얼큰하게...


나: 얼릉 와 당신이 좋아하는 MSG 왕창 때려 넣었으니까 많이 드셔.
남편: (국물 한 숟가락 떠먹더니) 음~~ 그래, 바로 이 맛이야. 아이~ 그 형님은... 이 걸 넣어야 한 다니까...

에이그... 남편아, 조미료 쓴다고 음식이 다 맛있는 줄 아니?
내가 하니까 맛있는 거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