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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에세이

남편이 만든 갓 김치 - 것 봐! 잘 할 수 있잖아.

by 서 련 2022.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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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은 호박 찹쌀죽과 김치 두 가지다.


늙은 호박으로 찹쌀죽 만드는 방법.

1. 늙은 호박 반통을 깍둑 썰어 냄비에 담고 호박이 잠길 만큼 물을 붓고 푹~ 삶은 다음 핸드 블랜더로 곱게 간다.
기호에 따라 월계수 잎 1장을 넣고 삶는다.(호박 냄새 중화용)

2. 걸쭉한 호박 베이스에 불린 찹쌀과 물을 1:2로 넣고 찹쌀이 익을 때까지 저으면서 끓인다.

3. 마지막에 소금과 올리고당으로 간을 하면 맛있는 호박죽이 된다.


내가 만든 열무 김치

어제도 하루 종일 김치를 담느라 주방에서 동동거렸다. 텃밭에 뿌려 놓은 열무와 얼갈이, 갓이 무섭게 치고 올라와 무럭무럭 자랐기 때문이다.

남편은 자신이 그렇게 키운 채소로 김치를 만들어 요양원에 계시는 아버님께 드릴 생각이었다.
아버님도 그렇지만 남편도 김치가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이다. 김치는 기본 3종류는 있어야 밥을 먹는 김치 귀신이다.

금요일에 남편은 시골집 텃밭에서 열무와 얼갈이를 잔뜩 뜯어서 깨끗하게 다듬어 왔다.
그 나물로 어제는 김치를 담았다.
얼갈이를 섞은 열무김치는 커다란 김치 통으로 한 통 가득 나왔다.


좌열무 우갓


하지만 남편은 뭔가가 부족했는지 또 시골집으로 달려가 나물을 또 한 보따리 뜯어왔다.
어린 갓이었다.
종일 열무김치를 만들고 밥상을 차리고 치우느라 지친 나는 남편이 가지고 온 갓을 보니 짜증이 밀려왔다.

그래서
"나도 휴일엔 좀 쉬자 웬수야!"라고 다짜고짜 소릴 버럭 질렀다.

그랬더니 남편은 손사래를 치며
"아니 아니, 이건 내가 만들 거니까 신경 쓰지 마."
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정말 신경 끄고 산책하러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어린 갓김치가 완성되어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맛있게...

남편이 만든 어린갓 김치

나는 남편이 만든 갓김치를 먹어보곤 대뜸 욕부터 한 바가지 날렸다.

"이런~ 씨 발라먹을... 왜 이렇게 맛있는 거야! 내가 만든 것보다 휠~ 맛있는데? 것~ 봐 하니 되잖아! 앞으로 김치는 당신이 알아서 하셔!"

"그 정도로 맛있어?"
남편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김치를 한 번 더 먹어보더니
"이~야~ 정말 맛있네. 자기가 만든 매실액을 넣어서 그런가? 내년에는 매실액 좀 많이 담자!"

매실액이라... 내년에 매실을 따서 매실청 담글 생각을 하니 대가리가 몹시 아파왔다.
이런 씨 발라먹을...

하지만 오늘은 일요일 가을비가 내리는 축축하고 싸늘한 일요일...
보일러 빵빵하게 틀어 놓고 뽀송뽀송하고 따뜻해진 집에서 우아~하게 뒹굴거리며 책을 좀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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