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푸드 에세이

오늘 아침 반찬은 계란 장조림과 늙은 가지 볶음.

by 서 련 2022. 10. 3.
728x90
반응형

 

늙은 가지 볶음과 계란 야채 장조림

 

아침부터 남편의 배꼽시계가 요란하게 울렸다.
어제저녁, 수변 산책로에서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비를 맞아서 그런지 일어나는 게 힘들었다.

남편: 밥 안 먹을 거야?
나: 더 잘 래.
남편: 밥은 먹고 자야지?
나: 밥 먹고 자면 살쪄.
남편: 그럼 밥 좀 해주고 자.
나: (귀찮은 듯 몸을 벽 쪽으로 뒤집으며 시큰둥하게) 해 먹어.
남편: (이 보다 더 불쌍할 수 없게) 내가 하면 맛이 없단 말이야.
나: (한 숨 한 번 쉬고...)그럼 어제저녁에 삶아 놓은 계란이나 까시던가...

침대에서 일어나 양치하고 세수하고 머리를 빗는 동안 남편은 삶은 계란을 하나도 터트리지 않고 잘 까 놨다.
하긴 계란을 오래 삶으면 흰자가 탱글탱글해서 잘 까지긴 한다. 어제도 15분만 삶으면 될 것을 한 시간이나 삶았나 보다.
이유는 가스불 끄는 걸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다소 위험한 이유로 만들어진 구운 계란으로 장조림을 만들자.

종이컵 계량으로 간장 1 : 생수 2 : 설탕 1을 넣어 조림장을 만들어 붓고 불에 올린다.
그냥 계란만 넣고 졸일 땐 생수 비율을 3으로 하면 짜지 않게 된다.
나는 야채를 넣어야 하기 때문에 생수 비율을 2로 했다.
조림에 들어갈 야채는 당근 한 줌, 무 한 줌, 새송이 버섯 1 개, 양파 반 개다.

부채썰기 한 당근과 무

 

먼저 잘 익지 않는 당근과 무를 넣고 끓인다.
이때 후추와 월계수 잎 2장을 넣어주면 계란의 잡내를 잡을 수 있다.

반달 썰기한 새송이 버섯과 양파

 

한소큼 끓으면 월계수 잎을 건져내고 새송이 버섯과 양파를 넣고 끓인다.

마지막으로 대파와 간 마늘을 넣고 졸인다.

이제 다 되었나 보다.

장조림이 다 되었으면 불을 끄고 베트남 땡초 5개를 부셔서 뿌린다.

남은 열기로 매운맛을 순하게 끌어내기 위함이다.

넣고 끓이니 너무 매워서 혀가 아팠다.


물론 땡초대신 청양고추를 넣으면 되는데 청양고추가 없으니 말이지.

그렇다고 매운맛을 포기하기엔 너무 섭섭하단 말이지.

계란 야채 장조림

이렇게 반찬 하나가 완성되었다
장조림 만드는 동안 김치찌개를 끓이고 밥을 안쳐두었는데 밥이 되려면 아직 9분이 남았다.

9분이면 반찬 하나를 더 만들 수 있는 시간이다.
마침 어제 시골집에서 따온 팔뚝만 한 늙은 가지도 있고 장조림 국물도 넉넉히 있다.

필러로 껍질을 깐 늙은 가지를 반으로 갈라 반달 썰기 한다.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파 기름을 낸다음 반달 썰기한 늙은 가지를 넣고 볶다가

장조림 국물과 야채를 푹푹 퍼 넣고 끓이면

가지볶음 하나가 순식간에 완성되었다.

장조림 국물로 만든 가지 반찬

가지 반찬을 접시에 담고 사진을 찍기 무섭게 남편 젓가락이 가지 반찬을 채갔다.

내가 구프 접시에 밥을 푸고 늙은 가지볶음을 올려 가지 덮밥을 만드는 동안 배가 고팠던 남편은
"밥을 좀 더 먹을까? 이러다 살찌겠는 걸?" 하며 밥 통에서 밥을 푸고 있었다.


밥을 맛있게 해 줘도 걱정이다.

근데 가지덮밥 이거 완전 내스타일인데...
맛있어서 걱정할만 하다ㅠㅠ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