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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에세이

월동준비 2 탄 - 배추김치 담기

by 서 련 2022.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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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옆 밭 아저씨가 나눠 준 아름드리 배추 4포기를 4등분 한 후 소금에 절여서 집으로 가지고 왔다.
다음 주 즈음해서 절임 배추를 사려고 했는데 잘 됐다.

어제는 총각무 김장이 끝난 직후라 너무 피곤해서 그랬는지 배추를 얻었어도 그다지 기쁘지 않았다.

하지만 노란 배추 속을 보고 있으니 뭐에 홀린 것 처럼 행복해졌다.

새벽 4시, 배추가 너무 절여지지 않을까 걱정되어 눈이 일찍 떠졌다.

김장 봉투에 포장 된 절임 배추를 꺼내 보니 잘 절여졌다.
그런데... 배추 색이 너무 예쁘지 않아?
어떻게 농사를지으면 속이 저렇게 노랄 수가 있지?
종자가 다른가?

시골집 옆 밭 아저씨의 농사 솜씨가 대단했다.
듣기로 그 아저씨도 농린이라고 들었는데....
아버님이 시골집에 계실때, 아버님은 주말마다 새벽같이 밭에 와서 채소를 가꾸는 옆 밭 아저씨의 부지런함을 칭찬하곤 하셨다.

저 노랗고 크고 실한 예쁜 배추는 그 부지런함이 만들어 낸 작품이었나?


배추를 여러 번 씻을 동안 옆 밭 아저씨의 부지런함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우리 아저씨(남편) 옆에 부지런함을 장착한 사람이 있어 다행이란 생각을 하면서...

배추를 물에 잠시 담가 짠기를 빼고

채반에 건져 두었다.

새벽이랑 친한 옆 밭 아저씨 덕분에 우리 집 월동준비가 한층 풍요로워지겠다.

그런가 하면 막걸리랑 친한 우리 아저씨 덕분에 나는 새벽부터 막걸리 한 잔이 몹시 고팠다.
어젠 운전대를 잡아야 해서 남편이 마시는 막걸리가 먹고 싶어도 먹을 수가 없었다.
배추에 물기가 빠질 동안 파래전을 부쳐 막걸리 한 사발을 마셨다.
어제 마시지 못 한 막걸리에게 복수라도 할 듯 말이다.
이름 하여 "새벽 음주"

 

어제 집으로 오면서 마트에 들렀었다.
쪽파와 마늘, 생강, 까나리액젓 등을 사려고 갔었는데 남편 친구 가족을 만났던 것이다.
오랜만에 보는 남편 친구 와이프가 어찌나 반갑던지 총각김치 한통을 건네주었다.

익혀서 먹어야 한다고 말을 하고 말이다.

맛있게 익어야 할 텐데...

막걸리 한잔을 시원하게 마신 나는 아침에 먹을 아욱국을 끓여 놓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쪽파를 까고 시골집 밭에서 뜯어 온 청갓과 홍갓을 씻어놓고 칼질을 시작했다.

손질한 쪽파는 손가락 한 마디 크기로 썰고

대파는 흰 대부분만 반을 갈라서 썰고

청갓과 홍갓도 썰었다.

무는 어제 총각김치 담을 때 뭇국 끓여서 먹을 거라고 빼놨던 것이다.
작은 것 두 개를 채 썰었다.

이제 배추 속을 본격적으로 만들어 보려고 하는데 막걸리랑 몹시 친한 남편이 눈을 비비며 나오더니
"배고파."라고 말했다.

새벽 6시가 지나고 있었다.

"아욱국 끓여 놨는데 밥 차려 줄까?"
했더니 남편은 내가 마시던 막걸리 사발을 보더니 대답 대신
"막걸리 마셨어?" 그러더니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는 거였다.


"어디 가?" 나는 말했다.

"막걸리 사러 편의점에."


에혀... 애들 보는데 냉수도 못 마신다더니 기어이 막걸리를 사러 편의점에 가셨다.
파래전을 더 부쳐야 할 것 같다.


잠시 후, 남편은 막걸리 3병을 사서 돌아왔다.
김장철이라 그런지 장수 막걸리가 없더라면서 편의점 3곳을 돌아 겨우 사 왔다고 했다.

"파래 전 해서 마셔."
"아냐, 나는 배추김치 해서 먹을 거야."
"김치 되려면 아직 멀었어."
"내가 도와줄게 뭐 하면 돼?


나는 미숫가루 한 컵에 물 5잔을 부어 잘 풀어 보라고 했다.
성질 급한 남편은 잘 안 된다고 칭얼거렸고 나는 그냥 천천히 젓고만 있으면 지가 알아서 풀어진다고 했다.


쌀만 넣어서 만든 미숫가루 푼 물에 썰어 놓은 야채를 모두 넣고 고춧가루, 마늘, 생강, 까나리 액젓, 새우젓, 매실청을 넣고 속을 만들었다. 

 

고춧가루 입자가 조금 굵어야 김치 맛이 나는데 우리 집 고춧가루는 입자가 너무 곱다.

홍고추를 너무 바짝 말려서 들고 간 것이 문제였다.

홍고추가 너무 바짝 말라 있으면 입자를 굵게 빻을 수가 없다고 방앗간 사장님이 말했다.

그런 줄 알았으면 홍고추를 건조기에서 꺼내 바로 방앗간으로 들고 가지 말고 한 나절 이상 평상에 널어놨다가 가져갔을 텐데......

 

고춧가루의 입자가 너무 고와서 약간 아쉬운 김치 속이 되었지만

남편 입맛엔 안성맞춤인 듯했다.

절인 배추를 찢어서 양념으로 버무려 한 접시 내어주고 나는 열심히 속을 넣었다.

 

16 덩이 완성!

 

20리터 들통에 꼭꼭 쟁여 넣어서 베란다에 놓아두고 뒷설거지를 했다.

새벽 4시부터 10시까지 6시간의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지금 우리 집 베란다에선 총각김치와 배추김치와 3일 전에 담가 둔 동치미가 맛있게 익어가고 있다.

맛있게 익혀서 김치 냉장고에 넣어 두면 월동준비는 끝이 난다.

이제 거의 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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