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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2011

'만(萬) 걸음을 걷는데는 몇 시간이 걸릴까?'

by 서 련 2011.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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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萬) 걸음을 걷는데는 몇 시간이 걸릴까?'
며칠 전 서랍 정리를 하다가 발견한 만보기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었다.
만보기는 서랍속에서 얼마를 그렇게 잠들어 있었는지 리셋을 아무리 눌러도 반응이 없었다.
고장 난 것이었는지 베터리가 다 된 것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만(萬) 걸음을 걷는데는 몇 시간이 걸릴까?'
집안의 이곳 저곳의 정리를 끝내고 침대와 이불에 붙은 고양이 털을 테이프 클리너로 떼어내고 
청소기로 청소를 마무리할때까지 궁금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럼 한 번 걸어 볼까?'
그렇게 시작된 걷기...
잠들어 있는 만보기는 잠 자게 놔 두고 직접 걸음을 세며 걸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

100보를 걸을 때마다 손가락 하나를 접어가며 걸음을 세었다.
1000걸음, 2000걸음, 3000 걸음...

처음 계획은 1000걸음을 걷는데 걸리는 시간을 체크한 다음 10을 곱해 계산을 할 작정이었다.
그런데 천걸음을 걷는데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겨우 10분도 걷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자니 조금 전 집을 나서려고 준비하던 시간이 괜히 무색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기왕지사 어렵게? 준비하고 나왔는데 萬步는 채워야 면이 서지 않을까 하여 만보를 채울 때까지 걸었다.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걷고 세고 걷고 세고... 
숫자를 센다는 건 단순하고 쉬울 것 처럼 보였지만 그게 그렇게 만만하지만은 않았다.
손가락 10개를 다 접어 천 번을 다 채웠지만... ...
대체 이게 6천을 셀 차례인지 7천을 셀 차례인지 마구마구 헷갈렸다.


대충 만보를 채우고 집으로 돌아 오긴 했지만...
천 걸음을 더 걸었던 덜 걸었던 대체 그게 뭐라고 자꾸 찝찝한 생각이 들었다.
일찌기 이런 이유로 만보기가 만들어졌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그리고 오늘 서랍속에 잠들어 있던 만보기를 깨웠다.
베터리가 다되었던 모양이다.
걸으며 숫자를 센다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어서
내일은 만보기를 허리춤에 차고 편안한 마음으로 100여분 동안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자.
 

그런데 내일은 춥지 않을까?
지금 오후 8시 33분... 바람이 베일듯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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