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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에세이

늙은 호박으로 식혜나 만들어 볼까?

by 서 련 2022.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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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박 식혜

시골집에 호박이 누렇게 익어 간다.
아버님이 호박을 키울 땐 호박이 넝쿨마다 주렁주렁 처지가 곤란할 정도로 열리곤 했었는데...
올해는 애 호박도 몇 개 따먹지 못했고 늙은 호박은 세 덩이가 끝이다.
그중 하나는 멜론보다 작다.
작지만 제법 노랗게 잘 익은 것 같아서 호박 수프나 끓여 먹을까 싶어 집으로 가지고 왔다.

늙은 호박을 반으로 갈라 속을 파내고 껍질을 벗겨 볼까?

늙은 호박은 사진처럼 껍질 채 자른 다음

썬 호박을 세워 놓고 칼로 껍질을 썰어낸다.

이렇게 하면 껍질을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썰어서 껍질을 벗긴 늙은 호박을 깍둑 썰기한 다음 호박이 잠길 정도로 자작하게 물을 붓고 푹 삶으면 되는데...

운동화 두 켤레 빨고 왔더니 흐물흐물하게 잘 삶겼다.

삶은 호박을 국자로 눌러 으깨도 되지만 귀찮아서 핸드 블랜더로 곱게 갈았다.

이제 찹쌀가루와 소금을 넣고 스프를 만들면 되는데...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다.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식혜가 먹고 싶었는데
호박 삶은 걸 보니 문득 호박 식혜를 만들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얼른 마트로 뛰어가 엿기름을 사 왔다.
미지근한 물에 엿기름을 풀어 엿기름 물을 만들고 밥 한 공기를 넣어 밥알을 삭혔다.
엿기름 물 만드는 법 참조 → https://narzissgun.tistory.com/1272

삶아서 갈아 놓은 호박베이스에 엿기름 삭힌 물을 붓는다.

늙은 호박의 비릿한 맛을 잡아 줄 월계수 잎 2장과 설탕 2컵 반을 붓고 끓인다.

식혜가 팔팔 끓기 시작하면 거품을 걷어내고 10분 정도 더 끓인다.

이제 식혀서 냉장고에 넣고 차게 해서 먹으면 되는데...

늙은 호박으로 만든 식혜

뜨거운 식혜를 먹어보고 싶어서 한 잔 퍼냈다.
비도 오고 날도 스산해서 그런지 뜨끈한 식혜가 나름대로 먹을만했다.

식혜는 밥알이 맛있는데 왜 다들 이건 안 먹지?

늘 그렇듯 식혜의 밥알은 내 몫이다.
버리기 아까워서 먹다 보니 습관이 된 것도 있고 푹 삭힌 밥알이 맛있기도 하고 겸사겸사.
"그런데 왜 다들 식혜 밥알은 안 먹는 거샤? 대체... 이해를 못 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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